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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우산

시미라이 2019. 12. 30. 23:09

내가 좋아하는 무지개 우산

오늘 오후 비가 내렸다. 비가 오면 항상 긴장한다. 외출할 때는 분명 무지개색 우산을 들고나간다. 회사에 가서 말리고 접어 놓는다. 퇴근할 때 우산을 챙긴다.

저녁엔 비가 멈췄다. 검을 든 거처럼 우산을 잡고 허공을 휘저으며 택시를 타러 간다. 멋지게 검을 휘두르는 상상 하며 가다 보면 택시 정류장이다. 한 10분 기다리다 오는 택시를 타고 집에 간다. 가방을 벗어 옆자리에 세운다. 우산은 옆자리 바닥에 고이 둔다. 안전벨트를 하고 출발한다.

택시 아저씨에게 도착지를 알려주고 아저씨와 날씨 얘기를 주고 받았다. 아저씨는 요즘 너무 안 추워서 걱정을 하신다. 나도 걱정된다.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다 보니 집 근처에 도착했다.

택시 아저씨와 대화하기는 오랜만이다. 대부분 별말 없이 가다가 내리는데 오늘은 왠지 아저씨와 대화를 하게 됐다. 택시비를 계산하고 가방을 들고 택시에서 내린다. 아저씨에게 인사하고 추운 날씨를 뒤로 하고 집으로 간다.

현관문을 열고 신발장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근데 왠지 허전하다. 무언가 놓친게 있다.

제길.

또 우산을 택시에 두고 왔다. 아내에게 솔직히 털어놓는다. 아내는 잔소리를 한다. 한두 번이 아니라서 잔소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하지만 마음속에 다짐한다. 다음엔 절대로 놓고 내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정말로.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