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일 월요일은 망자의 날이다. 망자의 날은 멕시코의 기념일로 죽은 친지나 친구를 기억하면서 명복을 빈다. [1]
죽은 사람에게 명복을 빈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죽은 다음의 세계에 대해 그다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여기에 없어진 존재로만 생각했었다. 그동안 난 명복을 빈다는 의미를 잘 알지 못한 채 사용한 거였다.
이번 구정 연휴에 우연히 케이블 채널을 넘기다 지나친 애니메이션 코코[2]를 아이가 관심을 두었다. 몇 달전 외할머니 장례가 있어서 아이도 주위 사람의 죽음에 대해 궁금증이 많았었다. 케이블은 자막이라 아이가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어 더빙 버전을 구매하여 가족이 모두 모여 코코를 보게 되었다.
만화영화 코코는 멕시코 망자의 날을 소재로 그린 만화다. 주인공인 미구엘이 망자의 날에 미스테리한 사건에 휘말려 죽은 자의 세상에 흘러가고 다시 가족의 곁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이후 내용엔 스포일러가 있으니 코코를 볼 사람은 안 보길 추천한다.
만화를 보기전엔 일반적인 디즈니 만화처럼 약간의 감동이 있는 작품으로 생각했었다. 보고 나니 그 이상의 감동이 있으며 꼭 후기를 남겨야겠다는 마음에 드는 만화였다. 더군다나 가족들이 보고 나서 모두 눈물을 훔쳤다. 어른들한테도 충분히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만화다.
주된 메시지는 "기억 해 줘"이다. 망자들이 1년에 한 번 산자들의 세상에 내려와 가족들을 보려면 산자들이 망자의 사진을 기리며 매년 기억해 줘야 한다. 망자를 잊어버리면 죽은 자의 세상에서도 먼지가 되어 사라지게 된다. 여기서 우리에게 진정한 죽음은 육체의 죽음이 아닌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라는 걸 알려준다.
기억에서 잊혀진다는 말이 너무 서글프다. 나는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 친구들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었나 하고 뉘우치게 된다. 몇 달 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계속 떠오른다. 할머니 모습을 잊고 싶지 않다.
명절마다 내가 드린 용돈을 모아두셨다가 증손녀인 아이에게 용돈으로 돌려주시던 모습.
매주 댁에 놀러 갔다가 헤어질 때 차 조심하면서 돌아가라는 인사.
너무 잘 컸다고 나를 칭찬해 주시던 모습.
증손자들이 침대에서 뛰고 놀때 흐뭇하게 웃으시던 모습.
코코를 보면서 미구엘이 증조할아버지를 잊지 않게 하려는 모습이 내가 외할머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너무 가슴이 따뜻해지는 작품을 만났다. 함께 본 가족들과도 좋은 경험이었고 돌아가신 할머니를 다시 기억하게 해 준 고마운 작품이다.
고마워 미구엘, 코코 할머니.
출처
[1] 망자의 날: https://ko.wikipedia.org/wiki/%EB%A7%9D%EC%9E%90%EC%9D%98_%EB%82%A0
[2] 코코: https://ko.wikipedia.org/wiki/%EC%BD%94%EC%BD%94_(%EC%98%81%ED%9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