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코틴틴". 내가 너무 좋아한 과자다. 아니다. 난 초코 틴틴을 사랑했다. 중학교 때 우리는 만났다. 다이제스트와는 다른 얇은 두께, 모든 면이 아닌 아래면에만 발라진 초코, 한입에 꽉 차게 들어가는 길이 이 모든 조건이 내가 초코 틴틴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첫 만남은 부끄러워 일주일에 2~3번 만났지만, 얼마 안 가 우리는 매일매일 만나게 되었다.
우린 정말 오랫동안 만났다. 거의 15년 이상 만났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군대에 있을 때다. 신병교육을 받을 때는 초코틴틴을 만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초코파이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자대에 배치받고 난 후 첫 휴가 때부터 다시 만났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부모님이 한 박스씩 부대로 소포를 보냈다. 고참들과 나눠먹다가 이후 다들 질려했고 그 후론 아무도 내 틴틴을 넘보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것도 영원한 건 없다. 중국 전지분유 사태로 판매 중단되었다. 그리고 인연은 끊겼다.
어릴 적부터 한 가지를 좋아하면 질리는게 없이 계속 그것만 찾거나 먹었다. 부모님은 그런 나를 키우기 편하다고 하셨고 이것저것 고민 없이 내가 좋아하는 그것들만 사주셨다. 이 성격은 공부와 관심 분야에서도 같은 반응을 보인다. 국민학교 저학년 때 컴퓨터 학원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선생님한테서 칭찬을 받았다. 공부로 칭찬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 컴퓨터와 계속 있고 싶었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뭘 해도 컴퓨터로 했으면 바랬다. 이 바람이 나의 직업이 되었다. 난 지금 10년이 넘게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을 하고 있다. 아직도 컴퓨터로 일하는 게 싫지 않다. 컴퓨터가 없는 일을 한다는 건 상상이 안된다.
주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얘기할 때 뭔가 하나를 줄기차게 좋아하던 사람이라 주로 말한다. 내 삶에 많은 부분이 이렇게 채워져 있다. 그리고 나는 나를 좋아한다. 평생 좋아할 거다. 그리고 아내도 평생 사랑할 거다. 마지막으로 내 딸 지율이도 평생 사랑할 거다.
출처
[1] 초코틴틴: https://namu.wiki/w/%EC%B4%88%EC%BD%94%ED%8B%B4%ED%8B%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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