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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글쓰기

제련되는 꿈 - 06

'그래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번엔 제대로 할 수 있어.'

민희는 꿈 제련 재요청으로 방문한 덕윤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덕윤은 아내 종은과 꿈 제련을 다시 할까 고민했었고 집까지 찾아온 열정적인 민희를 믿기로 했다. 견습생에게 두 번의 기회를 주는 경우는 드물지만 송찬은 고객의 요청과 민희의 의지를 보고 다시 기회를 주었다.

"저를 믿고 다시 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민희는 반갑게 덕윤을 맞이했다. 응접실에 기다려달라고 말하고 준비하러 탈의실로 향했다. 막상 옷을 갈아입으려니 긴장이 되었다. '이번엔 실수가 없어야 해. 긴장을 풀자. 할 수 있어' 옷매무새를 고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송찬은 덕윤에게 민희의 실수와 꿈 제련을 설명하였다.

"저희 최민희 제련사가 고객님 댁에 방문하여 제련을 다시 부탁드렸다요. 정확한 제련을 위해 저흰 고객님들의 생활에 관여하는 걸 꺼리고 있습니다. 사심이 생기면 꿈을 잘못 해석하여 망상을 추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점 다시 사과드립니다."

"아니에요. 최 제련사님이 저를 좀 더 알아야 작업을 잘 할 수 있다고 해서요. 최근 몇 년 동안 악몽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데 해결할 수 있다면 저는 괜찮아요."

"너그러이 이해해 주신다면 감사합니다. 최 제련사는 제자들 중 가장 열정적이고 꾸준한 훈련으로 실력이 빠르게 성장하는 제련사입니다. 이번에는 좋은 결과를 가져올 테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준비 다 되었습니다." 응접실의 안내자가 준비를 알렸다.

송찬은 덕윤을 제련방으로 데려다주었다. 덕윤은 잠들기 좋은 제련방이 마음에 들었다. 제련방은 고객의 좋은 수면을 취할 수 있게 실내 온도 20도, 습도 50퍼센트를 유지한다. 편백나무 벽과 오렌지 색감의 잔잔한 조명은 최적의 수면을 돕는다.

덕윤은 잠옷으로 갈아입고 수면상태를 검사하는 장치를 몸에 달았다. 좋은 밤이 되라는 말을 남기고 안내자는 방을 나갔다. 또다시 악몽을 꿔야 하기에 걱정이 되었지만 이번엔 추출되기를 기원했다.

약 100분 후 덕윤은 렘수면 단계에 들어갔다. 민희는 조용히 방에 들어가 머리 위 자리에 앉아 제련할 자세를 취했다. 인간의 두개골은 여러 개의 조각이 단단히 맞닿아 있다. 그 틈에서 꿈이 흘려나오고 꿈제련사를 흘러나오는 꿈을 읽는다. 그리고 틈에 기운을 불어넣어 꿈을 제련한다.

민희는 심호흡을 하고 양손을 두개골 대천문과 소천문 갖다 대고 정신을 연결했다. 공중에서 쳐다보듯 덕윤의 꿈이 재현됐다. 시작은 지난번과 같이 덕윤이 아이와 노는 장면이었다. 민희는 장면을 천천히 지켜보면서 악몽으로 전환되는 계기를 찾으려 집중했다.

어느새 공간은 안방 침대 위로 전환되었고 누워서 발로 아이를 비행기 태우는 장면이 되었다. 그러다 가정용 침대가 병원용 침대로 모습이 바뀌었다. 어디선가 한기가 스며들었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었다. 민희는 단전에 호흡을 모았다가 내쉬면서 둔탁한 기운을 밀어 넣었다.

꿈 공간이 여러 방향에서 투명한 무언가에 압박되었다. 민희는 단전호흡으로 강한 기운을 만들어 공간을 수축시켰다. 공간은 점점 중심을 향해 압축되었고 붉은빛을 발했다. 마치 고로에서 고열로 인해 철광석이 철이되는 것처럼 붉은빛이 발했다.

빨간색이 벌겋게 변했고 크기는 점점 작아졌다. 탁구공처럼 작아진 공은 작은 풍선이 터지듯 순식간이 사라졌다. 악몽은 사라지고 순수한 꿈만 남게 되었다.

민희는 서서히 머리에서 손을 떼고 가쁜 숨을 내쉬다가 천천히 숨을 골랐다. 호흡을 안정시킨 다음 서서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제련방에서 나와 스승에게 갔다.

"스승님, 성공했어요."

"수고했다. 민희야. 어서 씻고 쉬거라"

용광로 앞에 있던 사람처럼 민희는 상기된 얼굴과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었다.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고 잠시 휴식실에서 피로를 풀었다.

3시간 뒤 아침이 되었고 민희는 덕윤을 깨우러 제련방에 들어갔다. 덕윤은 이미 일어나 앉아 있었다. 들어오는 민희를 보고 덕윤은 뜻 모를 눈물이 흘렀다. 그런 덕윤을 보고 민희는 살포시 안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