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동창으로 만나 4년 연애를 하고 우리는 결혼을 했다. 30살이었던 우리는 바로 아이를 갖기보다 우리 생활을 즐기고 천천히 아기를 갖자고 했다. 맞벌이를 하면서 신혼생활을 즐겼고 알콩달콩 지내며 2년이 지났다. 결혼 2년 차에 회사에서 해 주는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사 결과가 나온 날 아내가 놀란 목소리로 전화가 했다.
"자기야, 나 재검 나왔어. 목에 종양이 보인데..."
"아직 확실하지 않으니까 걱정말고 재검받아 보자."
재검 결과 종양이 분명했다. 종합병원에 가서 조직 검사를 하니 갑상선암이었고 악성이었다. 갑상선 전체를 절개하는 수술을 받고 방사선 치료까지 받았다. 32살이었던 아내는 수술 이후 노산 나이에 가까워져 아기를 가질 수 있을지 걱정이 심해졌다.
"자기야, 올해는 방사선 남은거 때문에 불안하니까 내년에 우리 아기 준비하자. 근데 호르몬 균형이 안 맞아서 힘든데 내년에 괜찮을까?"
자신 때문에 아기를 못 가질까봐 노심초사하는 아내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생각하고 걱정 말라고 하며 위로해줬다.
1년 뒤 산부인과에 가서 우리 둘 다 검사를 받았다. 의외로 아내를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남편분 결과를 봤는데요. 정자수가 너무 많아서 기형인 정자가 많이 보이네요. 시험관 아기를 고려해 보는건 어떨까요?
"네! 저흰 아직 한번도 시도조차 안 해 봤는데 바로 시험관을 하는 게 맞나요?"
청천벽력 같은 진단 결과 였다. 시도도 해보기 전에 시험관을 하는 게 불합리해 보여 좀 더 생각해 보겠다고 하며 병원을 나왔다.
그 후부터 자연임신에 대해 찾아보고 강연도 찾아 다녔다. 마침 회사에서 한의사분을 초청하여 자연임신에 대한 강연을 해 주었다. 강연에 감화되어 우리는 바로 한의원에 찾아가 검사를 받았다.
"두 분 아직 젊어요. 충분히 몸을 준비하면 자연임신할 수 있어요. 낙담하지 않아도 돼요."
우리는 한의사분이 지어준 약과 식이요법, 운동을 하면서 몸을 비옥하게 만들었다. 6개월 동안 조심하고 처방을 꼬박 지켰다. 처방이 끝난 후 2개월 동안 여러 시도 끝에 우리는 성공했다.
힘들게 가진 아이라서 12주까진 집에만 있었다. 안정기에 들어가서 서울에 계신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올라갔다. 서울 올림픽대로를 따라가던 중 아내가 갑자기 하혈을 했다. 바지가 젖고 시트도 젖기 시작했다. 근처 산부인과에 가서 응급 진찰을 받았다. 다행히 유산을 아니었다.
고비를 넘기고 30주 차가 되었다. 자주 가는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거꾸로 서 있어 돌리는 운동 해서 제자리로 돌려야 한다고 했다. 계속 거꾸로 있으면 제왕 절개하면 되니 크게 걱정은 하지 말고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 당부했다.
끝끝내 아이는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았고 제왕절개 수술 날짜를 돌아오는 월요일 오전으로 잡았다. 주말엔 장모님이 오셔서 병원 갈 짐을 싸고 아내를 돌봐주셨다. 일요일이 되었고 우리는 월요일 아침이 기다리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어. 자기야!, 엄마! 나 어떻게 해"
"왜. 왜"
침대 끝에 선 아내 다리 사이로 양수가 왈칵 흘러내렸다. 처음 보는 많은 양의 피 같은 물을 보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
찰싹. "강서방! 정신 차려. 내려가서 차 준비시켜"
"죄송해요 어머님. 바로 내려가서 시동 켜 놓을게요."
빨리 세상에 나오고 싶은 아이는 수술하기 직전 날 우리를 놀라게 했다. 산부인과에 허겁지겁 들어갔고 수술은 새벽 4시에 진행됐다.
"이수연 보호자님. 여기로 오세요" 수술실에 들어갔던 간호사가 나를 불렀다.
"이쁜 공주님이에요. 지금 시간은 4시 5분이고요. 좀 이따가 회복실에 산모님 올라오면 만나실 수 있어요."
"네...... 너무 감사합니다."
임신 준비할 때부터 태어날 때까지 걱정을 끼쳤던 지율이는 3.65kg으로 건강히 태어났다. 여러 사고가 있었음에도 너무 이쁘게 태어났다. 속으로 자책하던 아내도 건강한 지율이를 보고 울며 감사해했다.
지율이는 한 해 한 해 커서 올해는 8살이 되었다. 이제 의젓한 초등학생이 되었다. 이제는 살 수 있을지 없을지는 고민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보며 잘 자라는 지율이가 너무 대견하다. 내일 아침 일어나면 지율이에게 얘기해 주고 싶다.
"지율아. 무사히 태어나서 고마워. 엄마 아빠는 네가 있어서 정말 행복해.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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