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방, 마트 가서 왕만두피 두 개만 더 사 와. 카드는 내 핸드폰에서 가져가고"
"네, 어머니 갔다 올게요"
명절마다 처가댁에 가면 우리는 왕만두를 빚는다. 일반 만두가 아니라 평양식 왕만두다. 장인어른 고향이 이북이라 장모님이 명절이 되면 평양식 왕만두를 만들어 주신다.
결혼 초에 만두 만들 때는 평소에 알던 만두와 달라 어리둥절했었다. 이 만두는 크기가 크고 먹는 방법도 달랐다.
왕만두피에 4/5를 속으로 채우고 테두리는 계란 흰자를 묻혀서 잘 봉한다. 어린이 손만 한 만두는 물만두처럼 끓는 물에 익혀서 완성한다.
먹을 땐 접시에 만두 한 개를 놓고 식초, 참기름, 고춧가루가 들어간 간장 소스를 살짝 부어서 조금씩 쪼개서 먹는다. 입안에 가득 차는 만두의 맛은 구운 만두, 튀긴 만두와는 차원이 다르다. 입안에 육즙과 풍미가 가득 찬다.
결혼 10년 차가 되어서 나도 제법 만두를 잘 빚는다. 올해 8살이 된 딸 지율이도 만두 빚은 지 3년이 되었다. 그리고 2년 전 처남이 결혼해서 처남댁도 만두를 빚는다. 일손이 늘어서 만두 만드는 속도가 두배는 빨라졌다.
일곱 명이 모여서 만두 250~300개를 만들어야 한다. 이 정도가 되어야 쟁반 7개 정도를 채울 수 있다. 이후는 배달을 해야 한다.
"강서방, 이거 한 판 사돈어른 드리고 와. 아들은 장모님 드리고 오고 알았지?"
내 부모님과 처남댁 사돈 어르신에게 갖다 드려야 작업이 최종 마무리가 된다.
만두를 나누는 풍습은 우리 집안에 없었던 풍습이었다. 결혼하면서 장모님을 통해서 생겼다. 처남이 결혼하면서 사돈댁에도 이 풍습이 퍼진다. 점점 퍼지는 만두가 우리 가족들을 풍성하게 해 준다. 만두처럼 빵빵해지는 가족을 보니 행복해진다.
'매일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어나 줘서 고마워 (2) | 2021.01.15 |
---|---|
넌 괜찮은 놈이야 (0) | 2021.01.14 |
그래서 사람이 떠나는 구나 (2) | 2021.01.12 |
너 1학년 3학반이지? (0) | 2021.01.11 |
예전 같지 않은 나 (0) | 2021.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