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엄마가 외할머니를 모시고 계셔서 집에 가면 할머니는 항상 집에 계시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외할머니는 계셨으니 할머니가 없다는 건 상상이 잘 안됐다.
할머니는 아침에 샤워하시고 방에서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투병하시다가 돌아가신게돌아가신 게 아니라서 다들 호상이라고 얘기한다. 나 역시도 아프시다가 돌아가신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할머니 장례를 치르면서 나는 어떻게 마지막을 보내게 될지 궁금해 졌다. 평소 내 태도로 비춰보면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마지막일 꺼라 상상했다. 민폐를 안 끼치려는 태도는 나의 다른 행동에서도 나타난다. 작년 휴직을 하기 전에도 회사 동료들에게 내 업무를 인수인계하면서 최대한 문서화하고 작업하는 방법을 남겼었다. 내가 없어도 동료들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게 했었다. 원룸, 전셋집에서 나올 때도 망가진 곳은 수리하고 청소도 깨끗이 하고 나왔었다.
나의 마지막은 원래 내가 없었던 것처럼 깨끗이 비우고 사라지고 싶다. 아내에게 만약 내가 먼저 가게 된다면 혼자 살지 말고 다른 사람을 만나라고 했다. 내가 옆에 있을 땐 기댈 수 있는 안식처가 될 수 있지만 내가 없을 땐 혼자 버티지 말았으면 한다.
다만 나를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나와 함께 있어서 삶이 즐거웠다고 생각해 주길 바란다.
출처
[1] 애들린 쿠에 ‘속삭임(당신을 기억하는 100가지 방법): https://www.sedaily.com/NewsVIew/1VR01ZJL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