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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의 한국어는 안녕하신가요?

한줄평

나의 한국어는 안녕하신가요? 한국어를 잘 쓰고 있는지 확인하세요.

 

서평

나의 언어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논리 철학 논고> -

  이 문구를 내 상황에 맞춰 보면 언어가 말과 글의 방식을 결정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내가 쓰는 언어는 한국어이다. 한국어를 정확하게 사용한다면 내 생각을 바르게 표현하고 전달하게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20년이 된 지금 다시 한국어를 공부한다.

 

  씽큐베이션 독서모임 "잘 팔리는 글쓰기" 그룹 4번째 책, <나의 한국어 바로쓰기 노트>가 한국어 바르게 쓰는 법을 알려준다. 전체 어법이 아닌 한국인이 어려워하는 어법 7개를 설명한다. 1~2장에서 조사와 어미 사용법을 보여준다. 3장에서는 문장 간의 호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4~5장은 지나치지 않은 생략과 축약을 보여준다. 6~7장은 한국인과 한국말을 배우는 외국인 모두에게 어려운 높임말과 시제의 정확한 용법을 알려준다.

 

  저자가 제공한 연습문제로 독자는 어느 부분을 모르는지 점검할 수 있다. 어처구니없이 틀린 내 풀이를 보면 얼마나 한국어를 잘못 쓰고 있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틀렸다고 낙담하지 않고 잘못을 인정하고 이제부터 하나씩 고쳐나가야겠다.

  저자가 올바르게 사용하자고 강조한 어법을 소개한다. 생략, 준말, 압존법에서 주의해야 할 어법이다. 이 어법들이 중요한 건 잘못된 쓰임으로 소통을 단절시키기 때문이다. SNS와 유투브가 대중화되고 이 들이 개인화된 추천을 제공하면서 소통 단절을 더 가속화했다. 이런 단절이 계층별, 세대별로 사회를 분리시켜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은 탄환은 없다"처럼 단 한 번의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 타인과 공감하면서 소통하고 언어습관을 고치는 게 해결의 작은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책에서 설명한 잘못된 쓰임을 보자. 먼저 생략으로 모호한 이해를 준 신문 기사 예제부터 이다.

 

(1) 외국인들 한국땅 많이 산다.

(2) 김우중 씨 검찰 고발키로/김우중 씨 검찰 고발

(3) 우린 인민군 포로 북에 보내달라.

 

  (1)은 '산다'를 '구입'의 뜻으로 보느냐 '거주'의 뜻으로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구입한다'나 '거주한다'로 하면 명확해진다.

  (2)는 조사가 생략되어 '김우중 씨가 검찰을 고발했는지', '김우중 씨를 검찰이 고발했는지', '김우중 씨를 검찰에 고발키로 한 건지' 세 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 기사 내용은 '김우중 씨를 검찰에 고발키로'의 뜻으로 쓰였다. 조사를 생략하지 않았어야 한다.

  (3)은 '우리 인민군 포로를 북에 보내 달라'를 잘못 쓴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기사는 '우리는 인민군 포로이니까 북에 보내 달라'를 생략해서 쓴 것이다.

 

  다음은 준말 사례이다. 책의 사례 대신 세대 단절을 보여주는 인터넷 준말 신조어로 소개한다. (출처: 대학내일20대연구소(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7201824&memberNo=5079266))

(1) 오놀아놈 (2) JMTGR
(3) 믿거페 (4) 만반잘부
(5) 혼틈 (6) 자만추

무슨 뜻인지 맞춰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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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오놀아놈: '오우~ 놀 줄 아는 놈인가'.

JMTGR: '존맛탱구리'. 매우 맛있다는 뜻.

믿거페: '믿고 거르는 페이스북'. 페이스북에 오라온 정보를 웬만해서는 믿지 않는다는 뜻.

만반잘부: '만나서 반가워 잘 부탁해'.

혼틈: '혼란을 틈타'.

자만추: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마지막으로 사회생활을 하면 바로 겪는 압존법 사례다.

 

(전무보다 높은 사장에게 전무의 부재를 알리는 상황)

(1) 사장님, 김 전무님은계십니다.

(2) 사장님, 김 전무 없습니다.

 

(할아버지가 자기 아들의 도착을 손자에게 묻는 경우)

(A) 민호야, 아범 왔니?

(B) 민호야, 아버지 왔니?

(C) 민호야, 아빠 왔니?

(D) 민호야, 아버지 오셨니?

 

  (1)은 사장이 전무를 자기 앞에서 높였다고 화낼 수도 있다. (2)는 전무가 듣는 다면 괜히 죄송스러울 수 있다. (2)와 같이 대화 상대보다 낮은 직급을 모두 낮춰서 말하는 것은 내가 다니던 군대 규칙이었다. 군대 문화가 많은 회사일 수록 (2)처럼 해야 한다. 하지만 저자 말대로 사장보다 낮은 전무를 높인다면 사장은 더 높임을 받을 것이라고 사장이 받아들여야 더 건설적이고 진취적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A)는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전통적인 어법으로 자기 아들을 낮추어 말하는 어법이다. (B)는 할아버지가 손자 처지에서 '아범'을 '아버지'로 바꾸어 부른 것이다. (C)는 할아버지가 손자와 친근함을 보여주려고 '아버지'를 '아빠'로 부른 것이다. (D)는 손자의 처지를 감안하여 모든 행위를 높여 준 어법이다. 손자가 어리다면 (D)처럼하고 높임말을 이해하는 청소년에게는 (B)를 사용하며 며느리에게는 (A)를 사용하는 것이 무난하다. 우리 집은 대외적으로는 (D)를 쓰고 집에서는 (C)를 사용한다.

 

 

  나는 친절한 글과 말이 좋다. 분명 상황에 따라 이미 공감대가 있으면 생략과 축약을 할 수 있다. 불필요하게 덧붙이면 지루해진다. 하지만, 상대가 어떤 상태인지 모르면 꼭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으면 한다. 이러한 노력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금씩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어떤 어법이 올바른지 모른다면 국립국어원 사이트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미 나와 비슷한 궁금증으로 물어본 사례가 많으니 검색하길 추천한다.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List.do?mn_id=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