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바매글_오감으로글쓰기

(8)
슬픈 데님 평온한 비단 "프란체스카는 눈을 감고서 어떤 특별한 감촉을 느낄 때마다 생동감을 경험한다. 데님은 극단적인 슬픔, 비단은 평화와 평온함, 오렌지 껍질은 충격, 왁스는 당황함 등이다." -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 프란체스카는 공감각의 소유자이다. 촉각과 생동감이 동시에 일어난다. 다른 공감각 소유자는 숫자를 보면서 색깔을 보기도 한다. 실제 이들은 하나의 자극이 뇌의 두 영역을 동시에 활성화시킨다. 그들은 정말로 두 가지를 동시에 느끼는 것이다. 예술가나 여러 분야의 대가들 중에서 이런 공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학자들이 발견했다. 남들과 보다 더 느껴서 입체적으로 생각하면서 더 나은 성과를 보이는게 아닐까 한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의 초능력 같기도 하다. 나도 두 가지 감각이 불어 일으켜진다면 어떨까? '..
현실과 이상 차이 어제 폭설이 내렸다. 7~8년 전 폭설로 회사에서 지각 예외를 줬던 그날처럼 거리에 눈이 쌓였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출근길이라 택시를 탈까 고민하다가 그냥 차키를 들고 차에 탔다. 시동을 켜고 지하에서 올라가 주차장 입구에 나섰다. 입구 사거리를 보니 한숨이 나왔다. 아파트 단지들 사이 골목길은 치우지 못해 눈이 쌓은 그대로였다. 서행하면서 골목 진입을 위해 핸들을 왼쪽으로 돌렸다. 차는 좌측으로 5도, 10도, 15도, 30도, 45도, 45도, 45도. 잠시 밀렸다. 기어를 저속으로 내리니 다행이 서서히 회전하여 골목길에 무사히 진입했다. 휴~ 한숨 돌리고 출근길에 올라탔다. 평소보다 시간이 2배 걸려 회사 주차장 입구에 도착했다. 나처럼 차를 가져온 사람들이 꽤 있었는지 지하 주차장에 입구에 눈 ..
최선의 방어는 공격? "아빠! 아빠! 일루 와봐. 대박 엄청 난데. 눈이 엄청 쌓였어!" 재택근무로 작은방에서 저녁 일을 하고 있는데 아이가 베란다에서 소리쳤다. 이번 겨울엔 눈이 거의 안와 쌓인 눈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는데 새해를 맞아 폭설이 내렸다. 코로나로 한 해 동안 답답했는데 흰 눈이 빼곡히 내리니 속이 뻥 뚫렸다. 아내는 장갑, 목도리, 귀도리를 챙기고 아이는 스키 잠바를 입고 신발장에서 부츠를 꺼내 신다. 일이 대수랴. 나도 키보드를 제쳐두고 스키 장갑, 목도리, 패딩 잠바를 입고 현관을 나섰다. 1층 출입구에 나가니 벌써 흰 눈이 발목까지 쌓였다. 아이는 이리저리 좌우를 돌아다니며 뛰기 시작했고 아내는 눈을 뭉쳐 눈싸움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뿔싸 아내와 아이는 한 편이 되어 나를 공격했다. 얼굴 정면에 차가..
떡 하나에 10원 삶은 계란은 100원 딩동댕동 땡땡땡 수업 끝.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하루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기 전 친구와 난 거의 매일 학교 근처 포장마차에 간다. 오늘은 엄마한테 받은 용돈으로 내가 쏘는 날이다. 포장마차 입구로 들어가 으스대며 말한다. "아줌마 떡볶이 500원어치랑 계란 두 개 주세요." 떡볶이 떡은 하나에 10원, 삶은 계란은 하나에 100원이다. 용돈 천 원을 아껴서 700원으로 한 턱 쏜다. 떡 50개와 계란 두 개다. 녹색 바탕에 흰색 얼룩이 있는 접시에 비닐을 싸서 그 위에 떡볶이가 나온다. 오늘은 양이 많아 두 접시다. 친구랑 나는 공평하게 나눠진 접시를 받아 떡을 하나씩 먹는다. 쫀득쫀득한 밀떡에 적당히 매콤하고 달달한 빨간 떡볶이 소스가 스며들어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떡볶..
새벽 공기 이미지, 소리 말고도 기억을 확 불러일으키는 것이 있다. 바로 냄새다. 저 멀리서 은은하게 풍기다가 어느새 다가와 내 속에 쏙 들어온다. 냄새는 아직까지 인위적으로 만들기 어려운 것 중에 하나다. 다른 거에 비해 자연적이고 원시적으로 많이 남아 있다. 음식, 꽃, 향수 같이 여러 냄새가 있지만 내 기억을 잡아끄는 건 공기 냄새다. 동이 트기 전 어스름한 하늘 밑 뿌연 안개 속에 날 깨우는 냄새가 있다. 새파랗고 차가우며 쓸쓸한 냄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르바이트 가게에 가면서 맡던 그 냄새다. 급하게 씻어 덜 마른 머리에 차가운 새벽 공기가 접촉하면서 풍기던 하얀 물 냄새는 항상 피곤한 나는 깨워줬었다. 이 새벽 공기는 스무살 내가 일년 내내 아침마다 맡았던 거다. 갑자기 어려워진 집안 형편에 끝이 보..
책을 읽을 때 어떤 소리와 함께 하나요? 내가 가장 즐겨하는 독서 소리는 정적이다. 사람 말소리는 없고 가끔씩 들리는 생활소음 사이에서 독서할 때 가장 즐겁다. 읽고 있는 글에서 주의를 소리로부터 빼앗기고 싶지 않아 정적이 좋다. 조용한 장소를 만들려고 작년에 이사하면서 서재방을 만들었는데도 소리에게 방해받는다. 가족들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조용한 시간대를 찾아본다. 새벽이나 늦은 밤. 이 시간대에 단점은 생활리듬이 안정되어 있어야 해 자주 못한다. 장소와 시간이 안되면 그다음 대안은 소리를 나에게만 가두면 된다. 음악과 헤드셋이면 가능하다. 이들은 언제든 나를 소리에게서 가둬준다. 음악 소리는 잔잔한 피아노 소리가 좋다. 노래는 의식이 자주 빼앗아서 피아노곡이 좋다. 합주보단 솔로가 차분하고 마음이 흥분하지 않게 달래 준다. 가장 자주 듣..
보이지 않는 집 최근 집 내가 집을 만든다면 어떨지 상상을 해 집 관련 TV 프로그램을 자주 보게 된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EBS 건축 탐구 집 영상으로 추천했다. 제목은 "보이지 않는 집"이었다. 보이지 않는 집 이란게 어떤 건지 잘 상상이 안 됐다. ​ '유리창으로만 만든 집인가? 아니면 장애물 뒤에 숨어 있는 집인가?' ​ 궁금증을 뒤로 하고 영상에선 한 건축가가 숲속 넓은 공터로 들어갔다. 공터 안으로 한 걸음 들어가니 네모난 집이 땅 속에 있었다. 상상하기 어려운 땅 속에 묻힌 집이였다. 건축가는 마당 오른편 기다랗게 파인 계단으로 내려가 문을 통과해 마당에 들어섰다. 땅 아래 마당에서 위로 내다 본 풍경은 사각의 콘크리트 프레임 바깥에 나무와 하늘이 걸려있는 모습이였다. 콘크리트와 자연 풍경이 대비되니 풍경..
그 때부터 글쓰기는 어릴 적 글쓰기는 독후감 숙제일 때만 하는 일이었다. 나에게 숙제는 꼭 해야 한다는 강박이었다. 이 다짐이 부메랑이 되어 나를 옥좨온다. 결국 글 쓰는 일은 나를 옥죄는 일이었다. 책상에 앉아 글 쓸 생각을 하면 입에서부터 신호가 온다. 입안에 혀가 굳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다. 글 쓰는 게 두려웠다. 두려움이 아이디어를 안 떠오르게 했다. 아이디어가 없으니 글쓰기가 힘들어졌다. 악순환이었다. 여태까지 글쓰기를 숙제라서 억지로 했다. 분량 채울 생각에 막막하기만 했다. ​ 학생 시절 글쓰기 숙제를 항상 피했다. 아이러니하게 회사원이 되니 글을 써야 하는 일이는 계속 생겼다. 업무 이메일, 업무 보고서, 기술 활용 팁, 과제 기획, 과제 진행 보고서 등을 계속 써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업무 글은 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