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이 되기 전 친가에 놀러 갔다. 늦게 까지 놀던 아이를 재우러 아내가 들어가고 난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거실에서 머리를 말리던 나를 보며 엄마가 대뜸 그날 이야기를 했다. 그 날의 경험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신기하고 무섭다.
그 날은 내가 국민학교 5학년 여름 방학하기 한 달 전이였다.
"여보, 내가 어제 안 좋은 꿈을 꿨어요. 오늘 하루 조심해요. 알았죠?"
"무슨 꿈인데?"
"꿈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왔어요. 테이블에 누워 계신 아버지를 내가 염을 하고 있었어요. 오른발을 잡았는데 갑자기 발이 땅에 떨어졌고 발을 다시 올리고 나니 깼어요."
"음... 알았어. 당신도 조심하고. 나 갔다 올게"
엄마는 가끔 예지몽 꾸고 가족들의 안 좋은 일을 맞추곤 했다. 잘 아는 큰 스님과 무당들이 엄마가 신기가 있으니 조심하고 불경 수업을 받자고 권했다. 아버지도 예삿일이 아님을 알고 차분하게 출근하셨다.
"아들 일어나, 씻고 학교 갈 준비하고 나와"
매번 늦잠 자던 나는 엄마가 깨우는 소릴 듣고 일어나 학교에 갔다. 평소처럼 난 수업이 끝나고 친구랑 나는 친구 부모님이 하는 목욕탕에 놀러 갔다. 목욕탕에서 친구랑 수영하고 손님들 시중도 들며 놀았다.
따르릉.
"정호 엄마, 나야 규진이 엄마. 규진이 저녁 먹으러 오라고 해줘요"
"응 알았어요. 규진 엄마. 다음엔 규진이 아빠랑 다 와서 목욕하고 저녁 같이 먹어요."
"그래요. 그이랑 상의할게요."
난 가방을 챙겨서 목욕탕 현관에 나왔다. 정호랑 나는 아쉬워 입구에서 장난을 쳤다. 정호가 내 가방을 잡고 흔들었고 난 도망치기 위해서 팔을 가방에서 뺐다. 자유로워진 난 잽싸게 계단 아래로 훌쩍 뛰었다.
끼익!
목욕탕 골목을 진입하던 쥐색 소나타가 뛰어 들어오는 아이를 보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달려오던 속도가 있어 제동거리가 있었다.
"규진아 괜찮아?"
".... 어.. 어 괜찮아. 근데 나 발이 끼었어"
계단을 뛰어내렸던 나는 오던 차를 보고 움츠렸고 급정지하던 차는 내 오른발을 짓눌렀다. 나도 놀랬고 차주인도 놀랬다. 차주는 조심히 후진으로 차를 빼고 내 발이 괜찮은지 보고 정호 아줌마와 함께 병원에 갔다. 다행히 큰 사고가 아니었다. 단지 급정지 마찰력에 발등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일주일 정도 화상치료를 받았고 사고는 잘 마무리됐다.
엄마가 꿨던 꿈은 아빠 사고를 예지 한 게 아니라 내 사고였다.
"엄마 그 날 꿈은 정말 신기해요. 그래도 크게 안 다쳤으니 문제없잖아요."
"근데 난 꿈꾸는 게 무서워, 또 누가 다칠까 봐"
예지몽이 몇 번 주위 사람들 사고를 맞췄기에 엄마는 꿈꾸는 게 조심스러워한다. 미래를 안다는 게 마냥 좋지는 않다. 이러한 이야기는 영화, 드라마에서도 많이 나오지만 실제 이야기라 난 더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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