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감각이 그렇게 없어서야 꿈 제련을 계속할 수 있겠어?"
꿈제련사 마이스터 송찬은 견습생 민희를 다그쳤다. 꿈 제련은 한 사람의 꿈에서 허상을 뽑아내는 작업이다. 제련사는 자신이 인지한 현실을 기준으로 꿈과 실상을 분리한다. 고객의 꿈에 쉽게 동화되는 민희는 분리 과정에서 허상 잡음으로 망상을 제거하지 못했다.
"송찬 스승님, 저들의 감정이 자꾸 제게 흘러 들어옵니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방법은 알지만 마음이 흔들려요."
"네 마음에 욕망이 가득 차있어 쉽게 넘치는 거야. 내일 기초 수련 마음 비우기를 다시 해야겠다. 오늘은 이만하고 내일 수련관으로 나와라."
민희는 하루 종일 가부좌 자세로 명상 훈련할 걱정에 울상으로 샤워실에 들어갔다. 40도 온탕에 들어가 작업으로 피로해진 몸을 푼다. 사람이 자면서 꾸는 꿈을 끊김 없이 받아들이면서 분리하는 거라 휴식을 할 수 없는 작업이다. 4시간 이상 집중을 해야 하기에 제련은 고된 정신노동이다. 피로가 서서히 빠져 몸이 나른해진 민희는 눈이 스르륵 감겼다.
"아빠, 아빠 나랑 놀아줘. 비행기 태워줘"
"아빠가 힘든데 이따가 놀아주면 안 될까?"
"싫어. 맨날 이따가 놀아준다고 말만 하고 그냥 잤잖아. 자꾸 그러면 나 아빠 옆에서 안 잘 거야. 엄마하고만 잘 거야"
...
"아빠 도와줘...."
깜박 잠든 민희는 낮에 제련했던 고객 꿈을 꾸었다. 남자 고객은 꿈속에서 자신의 아이를 잃는다. 꿈속의 충격이 현실로 이어져 실제 살아있는 아이를 죽은 거로 착각했다. 상담 일지를 살펴봐도 꿈의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눈을 뜨니 벌써 30분이 지났었다. 재빠르게 샤워를 마치고 집으로 퇴근했다.
제련 비용을 선불한 고객이라 작업을 완수해야 했다. 민희는 자신에게 기회가 왔을 때 꼭 해내고 싶었다. 고객에게 뭔가 사연이 있는 것으로 추측한 민희는 고객의 아내를 만나 과거를 알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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