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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글쓰기

그들의 시작 - 02

오해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다.

20년 전 대학생 덕윤은 같은 과 종은을 짝사랑했다. 2학년부터 전공을 결정하면서 둘은 컴퓨터 공학과가 되었고 자취방이 같은 방향이라 매일 같이 다니면서 조금씩 친해졌다. 더군다나 둘은 서울 출신이라 주말에도 서울까지 함께 왕래했다.

매일 함께하는 게 좋았던 덕윤은 고백하고 싶었지만 경험이 없어 망설였다. 주말에 서울까지 이동은 함께 했지만 이후 시간엔 각자 서울 친구들을 만나 정작 데이트다운 데이트는 없었다. 그렇게 3개월간 등하교만 했다.

덕윤은 이상하게 주말에 연락하지 않는 종은이가 자기를 친구로 생각하는 거 같았다. 종은 역시 100일 내내 같이 다녔는데 반응이 없는 덕윤이가 친구이상으로 발전할 마음이 없는 줄로 알았다.

어느 날 친구 태우가 덕윤에게 물었다.

"야, 너 종은이 좋아하지?"

"어떻게 알았어?"

"야 이, 멍청아. 맨날 붙어 다니는데 그걸 모를 수 있냐. 근데 너 종은이한테 고백 못 했지?"

순진하고 어리숙했던 덕윤은 고백하고 싶다고 태우에게 털어놓고 고백 방법을 찾아보았다.

* 과 회식이라고 거짓말하고 둘만 만나게 하는 방법.

* 전공 교실에서 친구들이 꽃 한 송이씩 전달하고 마지막에 등장하여 고백하는 방법.

* 자취방에 데려다주는 길에 바닥에 누워서 사귈 때까지 버티는 방법.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여러 방법들은 웃기기만 하고 어리숙한 덕윤이하면 실패할 방법들이었다.

덕윤은 태우가 알려준 방법을 곰곰이 생각하며 꽃 선물이 최선이라고 결정했다 . 평일엔 항상 같이 다녀서 꽃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기에 주말이 고백하기에 적격이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듯이 돌아오는 주말에 고백하기로 했다.

종은의 주말 서울 일정을 미리 확인하고 덕윤은 토요일 오후에 종은이네 서울 집 근처에 갔다. 꽃 가게에서 장미 20송이를 준비하고 어떤 말을 할지 중얼거렸다.

"띵동"

"누구세요?"

"네, O 종은 님 앞으로 꽃배달 왔습니다."

"누구가 꽃을 보냈지? 보낼 사람이 없는데..."

(철컥 문이 열린다.)

"여기 있습니다."

"어... 뭐야 너.. 여기 왜 왔어?"

"종은아 사실 ............ 너 좋아해. 우리 사귀자"

"뭐야, 갑자기...잠시만 기다려줘. 나갈 준비하고 올게"

눈치 빠른 태우의 도움으로 그들은 연인이 되었다. 군대, 복학, 졸업할 때까지 만난 그들은 5년 만에 결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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