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르신들이 물건과 장소에 사람의 영혼이 깃든다는 말을 하셨다. 얼마 전까지도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물건이나 장소를 보면 내가 했던 행동만 떠오른다.
2주 전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장례를 치르고 다시 집에 돌아와서 텅 빈 외할머니 방에 들어갔다. 할머니가 쓰시던 덧버선, 핸드폰, 칫솔 모두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분명 할머니는 안 계시는데 물건들을 보니 잠시 자리를 비운 것처럼 느껴졌다. 금방 방문을 열고 들어올 거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돌아오시지 않는다.
거의 10년동안 엄마가 외할머니를 모시고 계셨다. 그래서 외할머니랑 추억이 많다. 회사원이 되어도 꼭 명절 때는 용돈을 챙겨 주셨다. 내가 삼성에 다니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고 나한테만 핸드폰 사용법을 물으셨다. 다른 가족은 규진이보다 모른다고 항상 나한테만 물으셨다.
할머니가 무릎과 다리가 많이 안 좋아서 오래 걸을 수 없었다. 그래서 같이 여행을 간 적이 거의 없다. 10년 동안 엄마랑은 정말 자주 여행을 갔다 왔었지만 할머니 하곤 여행 간 적이 거의 없으니 이게 너무 아쉽다. 영광 법성포가 고향이셨는데 바닷가를 한 번도 못 보여 드린 게 죄송스럽다.
엄마가 할머니방을 정리하고 있는데 2주가 지난 지금도 그 방을 보면 할머니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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