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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1시간을 일한다는 건 누군가와 일할 1시간을 잃는 것

  이번 주 독서는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 법칙>이다. 요즘 내가 고민하고 있던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책 제목을 보고는 새로운 성공법칙을 말하나 하는 의문으로 책을 폈다. 하지만 읽고 나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성공의 요소들에 예외가 있다는 걸 말하는 책이였다. 고영성 작가님도 뼈아대 유튜브에서 얘기했듯이 나도 한글 제목이 아쉽다. 원서 제목은 <Barking up the wrong tree>로 "헛다리를 짚다"라는 의미이다. 원서 제목을 그대로 살렸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barking up the wrong tree [1]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니 성공에 대한 정의가 사회 초년생일 때와 달라졌다. 예전엔 일을 완벽하게 하고 회사일을 최우선으로 해서 좋은 고과와 승진이 성공이라고 생각했었다. 3~4년 하다보니 녹초가 되고 몸만 힘들어졌다. 악재가 겹쳐 결혼 3년 차에 아내가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에 이상을 발견하고 병원에서 갑상선암 판정을 받았다. 갑상선을 모두 제거하고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 옆에서 간호를 하다 보니 회사에만 몰두하는 게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회사 12년 차가 된 지금 성공의 정의는 잘하는 걸 나이가 들어도 계속 하는 것과 아내와 아이를 뒷전에 두지 않는다로 바뀌었다. 그리고 아내와 부부의 연으로 함께 살기로 약속했기에 나만 잘되는 것이 삶의 성공이라고 할 수 없다. 부부가 모두 각자의 성공에 최대한 다가가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변화된 성공의 의미와 서문에 저자가 밝히 성공의 정의가 비슷하다. 저자와 내가 같은 생각이라는 공감대가 생기니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성공은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가장 잘하는지 아는 것이며 주위 상황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는 뜻이다.

-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 법칙>: p9

 

  내가 생각을 바꿨다고 회사일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일과 가정을 균형을 잡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지만 매번 우선순위에서 일을 먼저 선택하게 됐다. 계속되는 일 우선에 혼자 해결하기 여러워 아내와 상의를 하고 작년에 일 년 육아휴직을 결정했다. 육아휴직은 우리 각자를 돌아보게 하였고 변화하기 위한 전환점이 되었다. 내가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아이를 돌보면서 그동안 소홀했던 아이와의 관계를 깊게 만들었다. 또한 이 시기에 완벽한 공부법과 뼈아대, 체인지그라운드를 보면서 독서를 통한 나의 발전을 도모했다. 아내는 시간 여유가 생기면서 문화센터에서 홈 바리스타 2급, 1급 자격증을 땄고 운 좋게 강사님으로부터 강사 제의를 받아 커피 강사 직업을 얻게 되었다.

 

  일년의 육아휴직을 보내고 금년 4월 다시 복직하면서 다시 일과 삶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회사일과 가정을 두고 고민했다. 휴직동안은 자기 계발과 가정을 두고 조율을 했다. 하지만 복직을 하니 회사일, 가정, 자기 계발 3개를 조율해야 하니 다시 고민이 생겼다.

 

  책의 테즈 윌리엄스와 아인슈타인 사례를 보면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테스 윌리엄스는 미국 야구 역사상 베이브 루스와 함께 최고의 타자로 손꼽힌다. 그는 목숨을 바칠 만큼 야구는 소중했다. 윌리엄스가 최고의 타자가 된 이유는 엄청남 연습 때문이었다. 그는 또 완벽주의자로 끝없이 자신을 단련했다. 야구 분석학이 생기기도 전에 MIT를 찾아가 야구 물리학을 배웠고 최고의 타자들을 분석해 <타격의 과학>이라는 책까지 썼다. 은퇴를 하고 수십 년이 지나도 투수들의 투수 습관과 선호를 줄줄 외울 정도니 완벽주의와 세심함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의 다른 면을 보자. 그의 파트너의 아들이 아버지한테서 들은 윌리엄스는 사교 능력이 빵점이 사람이었다고 한다. 머리는 좋았지만 라커룸에서 나오지 않고 자기 계발만 바라본 것이다. 그리고 야구 때문에 세 번의 이혼을 한다. "야구가 첫 번째고 낚시가 두 번째고 당신은 세 번째입니다"라는 윌리엄스의 대답에서 그의 결혼이 힘들 없음을 알 수 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물리학 역사에서 획을 그은 엄청난 과학자이다. "상대성 이론" 용어는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이런 아인슈타인은 서글서글한 성격에 사회 정의에도 관심이 많았고 가족과 자녀도 있었다. 그는 연구가 가장 우선시되었고 가족도 명성도 모두 둘째였다. 가족이 관심을 요구하면 아인슈타인은 더 연구에만 파고들었다. 어린 아들들한테는 처음엔 관심을 보이는 척했지만 나중엔 무심한 아버지가 되었다. 이혼 후에는 아이들도 거들떠보지 않았고 연구에만 몰두했다. 아들은 정신병에 걸려 자살 기도를 했고 정신병원에서 죽었다. 그러한 아들을 아인슈타인은 30년 동안 병문안도 가지 않았다.

 

  내가 윌리엄스나 아인슈타인이 될 순 없지만 그들이 자신의 능력, 자신이 원하는 것만 바라보고 가족을 무시한 상황에서 그가 삶에서 성공했다고 볼순 없었다. 또한 내 근처에도 이와 같은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대기업인 우리 회사에서 임원이 된다는 건 가정을 거의 포기했다는 걸 의미한다. 내가 지켜봤던 상무님도 전무님도 부사장님도 예외가 없었다. 대게 자녀와 부인은 외국에 있었다. 내가 모든 사람을 다 알지 못하니 단언할 순 없지만 12년 동안 보아왔던 임원들은 거의 동일했다.

 

  아내와의 다짐대로 나이 들어 후회하지 말고 지금을 살 때 가족을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50, 60살이 되어 퇴직한 이후 내가 가족을 위해 헌신했으니 알아달라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이미 물 건너 간거나 다름 없다. 아내와는 결혼한 이후 100세까지 거의 70년을 같이 살고 회사는 한 곳에 길어야 20년이 일하게 된다. 누구와 더 오래 함께 살아야 하는지는 단순한 숫자 계산만으로도 알 수 있다. 가정을 돌보는 건 선택이 아니다. 필수이며 당연한 것이다.

 

창의적인 작업에 매진하는 사람은 가족을 희생물로 삼는다. 1시간 일한다는 것은, 누군가와 보낼 1시간을 잃는 것이다. 성공을 위해선 무언가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인가? 슬프지만 맞는 말 같다.

-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 법칙>: p275

 

강박적인 일 중독은 성공을 가져다줄지 몰라도, 조화롭고 충만한 삶으로 이끌어주지는 못한다.

-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 법칙>: p279

 

  이런 나의 고민 때문에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는 유연한 사람이 되는 법" 챕터에 집중하게 되었다. 회사생활 중에 일하는 시간이 삶과 균형을 맞추는데 큰 영향을 준다. 우리 회사의 경우 8-5제 근무에서 자율출근제, 이제는 유연근무제로 출퇴근을 임직원이 자유롭게 정하게 했다. 고정된 출퇴근에서 자율출근제가 시행될 때 사람들 모두 적응하지 못하고 이전 관성에 따라 8시에 출근하고 야근을 했지만 4~5개월이 지나자 서서히 출근시간이 사람에 따라 제각각이 되었다. 유연근무제가 시작되고서는 다들 자연스럽게 일주일을 자신에 필요에 따라 조절했다. 아이의 학예회 발표가 있으면 4시간만 일하고 퇴근했다. 퇴근시간을 각자가 조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 52시간 근무제도로 야근이 대폭 줄었다. 일하기 힘들어 질꺼라는 우려와 다르게 우리는 각자의 일정을 존중하며 회의시간을 조율했고 비효율적인 일을 개선하려는 과제도 대폭 늘었다.

 

사람이 일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업무량이 지나치게 올라가면 업무의 질은 떨어진다. 회사의 실적만 낮아지는 게 아니라 직원들의 삶의 질도 낮아진다.

-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 법칙>: p285

 

2014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9퍼센트는 주당 50시간 이상을 일하며, 18퍼센트는 주당 60시간 이상을 일한다. 늘어난 근무 시간에 따른 긍정적 결과는 무엇인가? 스탠퍼드 대학 연구진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주당 근무가 55시간을 넘어가면 생산성이 급격히 하락하고, 70시간 일하는 사람은 그 15시간 만큼의 추가 근무에 해당하는 추가 생산성이 하나도 없었다. 그들이 추가로 더 생산하는 것은 오직 스트레스다.

-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 법칙>: p285

 

  회사와 가정에 각각 얼마만큼 배정 해야 균형이 잡힌 삶인가? 얼마 큼이 충분한 것인가? 여기에 정답은 없다. 저자 말대로 우리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바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우리의 하루는 24시간에 불과하고 에너지의 총량도 정해져 있다. 해야 할 일이 많고 원하는 것도 많다면 선을 그어야 한다. 모든 것에 욕심을 내면서 성공하기는 불가능하다.

-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 법칙>: p302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결정하지 못하면 세상이 결정권을 가져간다. 그다음부터는 언제나 뒤를 쫓기만 하고 결승선에는 절대 도착하지 못하는 쳇바퀴 인생이 펼쳐진다.

...

워라밸을 원하는가?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것은 거의 언제나 충분히 좋은 태도다."

-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 법칙>: p303

 

  마지막으로 시간관리다. 완벽한 공부법에 따라 Daily Report를 쓴 지 2년이 다 돼간다. 휴직기간은 하루 24시간이 내 통제권에 있어 가족과 자기 계발의 균형을 유지 할 수 있었다. 복직 이후 바쁘다는 핑계로 4~8월까지 Daily Report는 단지 나의 하루를 기록하는 데에서만 그치고 반성도 거의 없었다. 매일 의미 없는 할 일만 적을 뿐이었다. 지난주 초에 반복되는 실패에 더 힘이 빠지기 전에 방법을 찾기로 했다. 늦은 취침시간이 수면 부족을 가져오고 하루의 집중도를 떨어뜨렸다. 떨어진 집중력으로 일의 마무리가 늦어져 취침시간이 다시 늦게 되는 악순환에 빠졌다. 돌아보니 취침시간이 문제의 시작 지점이었다. 5개월 동안 계속 못 지켜온 것 중 취침시간이 가장 지켜야 할 시급한 목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녁 10시 30분에 취침하기라는 목표만 지키기로 결정했다. 씽큐베이션 서평 마감 때문에 7일 모두를 지키는 건 어렵지만 마감일을 제외한 나머지는 6일은 취침시간을 지키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반성을 통해 내 상태를 자주 점검하자. 매주 반성하면서 취침시간을 못 맞춘 이유를 계속 기록하면 내가 해야 할 일이 나타나게 된다. 남은 8월 이를 시도해 보고 악순환에서 벗어나 보자.

 

계획 목록을 볼 때 이미 다 하고 있는 일들만 보면서 '다 하는 것들이야! 이야, 난 대단해! 이 책은 여기서 끝내야지!' 하는 것도 큰 실수다. 자화자찬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우리의 목적은 삶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러니 계획 목록에서 '지금 하지 않은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못 하고 있고 안 하고 있는 것을 강조한다면, 기분은 나쁠 수 있지만 더욱 발전할 수 있다. 그렇게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이다.

-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 법칙>: p312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8423323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 by 에릭 바커 (지은이) / 조성숙

우리는 끝까지 해내는 끈기가 있어야만, 규칙을 잘 지키는 모범생이 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조언을 들어왔다. 하지만 남들과는 다른 커리어를 걸어온 에릭은 그릿, 1만 시간의 법칙, 아침형 인간’ 등 정답처럼 ...

www.aladin.co.kr

출처 모음

[1] barking up the wrong tree: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ooshong&logNo=220978073624&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m%2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