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평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

우리 업무에서 주요 문제는 본질적으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학적인 문제다.

- <피플웨어> p5

 

  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개발자다.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영화나 소설에서 표현된 거랑은 다르다. 천재 해커가 키보드를 막 두들겨 뚝딱 만드는 장면은 영화일 뿐이다. 현실에선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투닥거리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가 처음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부터 소통이 시작된다. 프로그램 구현이 시작되면 개발자, 디자이너, 검증자가 소통하면서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 그다음은 프로그램이 사람들에게 쓰이면서 시스템을 운영하는 담당자와 개발자, 디자이너, 검증자가 버그 수정, 새로운 기능 추가를 하기 위해 다시 소통하게 된다. 프로그램은 협력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의사소통이 잘 되어야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우리의 성공은 참가자들의 좋은 인간관계에서 얻어지며, 우리의 실패는 부실한 인간관계에서 얻어진다.

- <피플웨어> p6

 

  이번 씽큐베이션 책 <닥터스 씽킹>에서 의사들도 환자와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한다. 아픈 환자가 의사를 찾아가면서부터 소통이 시작된다. 증상을 얘기하고 몸에서 나타난 증거들을 보고 의사는 진단을 하게 된다. 병에 대한 데이터가 환자에게 있으니 환자에게서 많은 데이터를 얻으려면 그만큼 소통을 잘 해야 해결에 유용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말을 못 하거나 표현을 잘 못하는 환자가 있다면 보호자와 소통하면서 정보를 얻어야 한다. 본인이 아닌 타인이 전하는 정보가 얼마나 부정확할지 바로 알 수 있다. 이렇게 과장된 정보, 왜곡된 정보, 거짓 정보로부터 진실을 파악하여 진단을 해야 하니 상상만 해도 고달프다. 불확실성이 많지만 어떻게든 환자를 치료해야 하니 의사의 고통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의사는 주로 말을 하는 사람이며, 소통의 문제는 양질의 의료 행위와 결코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진단을 내리려면 정보가 필요하고, 정보를 얻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환자와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의사의 경쟁력은 소통의 기술과 따로 분리해 설명할 수 없다. 이는 절충의 문제가 아니다."

- <닥터스 씽킹> p33

 

이거 맞지? / 뭐!!! [1]

  금년 초 딸아이 지율이가 성홍열로 일주일간 고생을 했었다. 처음 증상은 발진이었다. 병원에 갔을 때 열이 없어서 피부 관련 약만 받고 돌아왔다. 2~3일이 지난 후 갑자기 열이 오르면서 몸 전체에 열꽃이 피었다. 목이 너무 부어서 말을 거의 못 하고 침을 삼키기도 힘들어했다. 쌩쌩하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말도 못 하고 침도 못 삼키니 너무 안쓰러웠다. 다시 병원에 가니 성홍열이라고 진단을 받았다. 그 당시는 왜 의사가 처음부터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지라고 원망을 했다. 의사라면 다 알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라고 오해했었다.

 

경제학자는 우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모으고, 그 데이터를 꼼꼼히 분석하며, 그러한 정보 수집과 분석이 끝난 뒤에야 결론을 이끌어내고 제안한다. 그러나 임상의는 많은 양의 정보를 수집한 다음, 여유를 가지고 어떤 진단이 가능할지 다양한 가정을 세울 수 없다.

- <닥터스 씽킹> p55 

 

  의사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할 수 있다. 어느 분야의 누구든 실수를 할 수 있다. 실수를 반성해서 교훈을 얻어 다음에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내가 있는 IT분야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로 인한 받을 리스크가 크지 않다. 가상의 것이 망쳐졌기 때문에 누구 하나 피해를 입지 않는다. 더 자주 실패할 수도록 프로그램은 더 안정된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의사는 이렇게 할 수가 없다. 의사가 실수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어 리스크가 너무 크다. 매번 이런 걱정을 해야 하다니 존경스러우면서도 안쓰럽다.

 

"의사로서 가장 힘든 일은 실수를 통해서, 그것도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한 실수를 통해서 가장 큰 교훈을 얻는다는 거예요."

- <닥터스 씽킹> p84

 

  응급실의 의사는 다른 의사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요구받는다. 그리고 이상한 환자들도 많이 겪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응급의사가 빠지기 쉬운 실수가 '확증 편향'으로 한 가지 가능성만 보고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책의 알코올 중독자를 진찰하는 인턴이라는 사고 실험으로 의사에게 공감할 수 있다. 알코올 중독 환자가 많이 거주하는 도시의 병원에 한 인턴이 일주일 동안 10명의 알코올 중독자를 진찰했다고 하자. 10명 모두에게 금단현상으로 손 떨림 현상이 보였었다. 그렇다면 11번째 환자가 신경과민 증상을 보이면 인턴은 알코올 중독 금단 현상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휴일 할아버지 댁에 놀러 갔을 때였다. 워터파크를 갔다 온 다음날 저녁 지율이 손발에서 수족구로 의심되는 반점이 보였다. 늦은 밤이고 휴일이라 근처 응급실에 갔는데 병원에 의사 한 명, 간호사 한 명, 접수원 한 명만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대기하는 환자들은 20명이 넘어 보였는데도 말이다. 딱히 다른 방법이 없어 20분 동안 지켜보고 있었는데 의사와 간호사가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걸 보고 불안해서 더 떨어진 시내의 큰 응급실로 이동해서 진찰을 받았다.

 

  응급실이 힘든 건 이해하지만 체계가 없이 분주하다면 누가 진찰을 받으려고 할지 의문이다. 저자는 이런 응급실 의사에게 '신중한 여유'를 환자나 보호자에게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진찰 중에 다른 의사나 간호사가 끼어드는 상황을 막아 정신이 분산되는 걸 막으라 한다. 환자나 보호자도 의사에게 "최악의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가?" 같은 질문을 하여 의사가 성급함은 누르고 폭넓게 사고할 수 있데 도우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보고 싶은 표지만 볼 뿐 자신이 아직 바다에 떠 있다고 말해 주는 표지는 무시하기 때문에 눈으로는 지도를 보고 있어도 정신이 우리를 속이게 된다.

- <닥터스 씽킹> p99

 

  최근 몇 년간 다녀온 병원은 대부분 소아과다. 아이가 있는 부모는 안다. 얼마나 자주 소아과에 갔다 오는지, 하도 자주 가서 간호사와 의사랑 친해져 얼굴만 봐도 왜 병원에 방문했지는 알 정도다. 금년 4월은 유치원에서 독감이 유행했다. 지율이도 어김없이 독감에 전염되어 소아과에 진찰을 받으러 갔는데 대기 인원이 80명이 등록되어 있었다. 소아과에 전문의가 3명인데 각 의사에게 골고루 분포해서 20~30명이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이런 날은 소아과가 정말 정신이 없다. 뛰는 아이, 우는 아이, 아이 찾는 간호사가 뒤섞이면서 이를 지켜보고만 있어서 정신이 없다. 다른 층 마트에서 놀다가 1시간 뒤에 진료를 받았다. 이런 날엔 5분 이상 진찰을 받는 게 미안할 정도다.

 

"소아과의 축복이면서 동시에 저주인 점은 병원을 찾는 거의 모든 아이가 알고 보면 건강하거나 문제가 있어도 아주 사소하다는 거에요."

- <닥터스 씽킹> p118

 

 

  <닥터스 씽킹>에서는 의사가 아닌 일반인에게 의사들이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서 진단을 내리는지 알려준다. 의사도 주의를 해야 하는 점과 환자나 보호자가 알아야 할 점들을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중요한 점은 의사도 사람으로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들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환자가 도와주면 환자 자신이 정확한 진단을 받아 치료될 수 있음을 꼭 알아야 한다. 의사는 '병'을 돌보는 게 아니라 '사람'들 돌보는 직업이다. 의사, 환자를 단순히 치료를 받는 관계가 아니라 나의 병을 치료하는 동반자의 관계로 상대한다면 의사가 빠질 오류를 이길 수 있다.

 

  또한 저자 말대로 복잡한 문제는 서둘러 해결할 수 없다. 제대로 생각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서둘러 질러가는 길은 인식의 오류에 이르는 최단 코스다. IT분야에서 아주 유명한 명언이 있다. "은 탄환은 없다." 현재 닥친 문제를 한 번에 말끔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게 사실임을 인정하고 의사와 환자가 파트너로 행동한다면 우리는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96319

 

닥터스 씽킹 by 제롬 그루프먼 (지은이) / 이문희

하버드 의대 교수이자 암전문의인 제롬 그루프먼 박사가 각 전공분야 최고의 의사들과 인터뷰한 자료를 토대로 하고, 자신의 환자 경험까지 덧붙여 만든 논픽션. 환자들이 직접 느끼는 증상보다 자신이 ‘느껴야 한...

www.aladin.co.kr

출처 모음

[1] https://wonderfulmind.co.kr/5-communication-mistakes-couples-m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