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평

당신은 뉴타입(Newtype)입니까?

RX-93 ν Gundam [1]

// 애니 리뷰가 아닙니다. 책 서평입니다.

 

  포화된 인구, 부족한 자원에 벗어나기 위해 스페이스 콜로니를 만들어 우주 이민을 떠난다. 한 콜로니에는 1,000만 명이 거주하고 있고 물, 식량, 태양빛 반사판, 인공중력이 있다. 첫 콜로니가 우주로 나간 시간부터 우리는 우주 세기(Universe Century)라고 기록한다.

  이제 인간은 지구의 중력에서 자유로워졌다. 콜로니에 중력이 존재하지만 모든 위치에서 동일한 크기의 중력이 생기진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콜로니, 즉 우주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이 아이들은 지구 중력에 속박받지 않고 태어났다. 중력의 압박에서 해방된 유전자들은 어떤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낼까? 이 아이들은 어떠한 진화를 만들어 낼까?

 

스페이스 콜로니-오닐 원통형[2]

  많은 콜로니가 우주를 떠돌며 자신이 원하는 행성에 거주하기 시작했다. 우주 세기 0079년, 지구와 가장 먼 우주 한 쪽의 사이드3 도시에서 지온공국이라는 세력이 지구 연방에 독립을 선언하며 독립전쟁을 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다른 우주 도시에 있는 콜로니를 지구에 떨어뜨려 지구 절반의 인구를 전멸시키는 무참함을 보였다.

 

1년전쟁 시초 콜로니 추락[3]

  스페이스노이드(우주 이민자)로 태어난 15살 아무로 레이는 자신의 콜로니로 쳐들어온 지온공국 세력을 피하다가 아버지가 지구 연방에서 연구한 V작전 매뉴얼을 보게 된다. 매뉴얼은 기계장치 로봇인 건담 조종술이었다. 처음 보는 장치였으나 빠르게 이해하였고 적응하여 콜로니 내 쳐들어온 지온공국 로봇 자쿠를 격퇴하게 된다. 이후 민간인이었지만 전쟁 상황에 휩쓸려 건담 파일럿이 된다. 계속되는 전투 중에 아무로는 적기를 조종하는 파일럿의 의도를 읽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이로 인해 적기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고 승기를 잡는다. 이후 여러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능력이 발현되고 이러한 사람을 뉴타입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중력에서 자유로워진 인간이 새로 진화한 새로운 형태이다.

 

아무로 레이 첫 건담 탑승[4]

  여기까지 이야기는 내가 좋아하는 기동전자 건담의 시작 줄거리이다. 인간이 우주로 나가서 중력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되고 그 상황에서 아이가 자라난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라는 질문은 아직도 설렌다. 이번 씽큐베이션 책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를 읽으면서 건담 이야기가 계속 떠올랐다. 이 책은 뇌과학책이다. 그전까지 사회과학책에서 참고자료로만 인용되던 뇌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려 주는 책이다. 뇌의 특정 영역에 문제가 생겨 그림을 잘 그리는 사례 등을 보면 건담 소재처럼 우주로 나간 인간에게 분명 지구와는 다른 능력이 발현되지 않을까 라고 상상하게 된다.

 

  건담의 뉴타입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느끼거나 내 생각을 전달한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그런게 가능할까? 일단 인간이 무언가를 보는 것이 어떤 건지 먼저 알아보자. 시각영역에 대한 연구는 다른 영역보다 더 많이 연구되었다. 이는 시각영역의 발달이 영장류의 진화, 특히 인간으로의 진화에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뇌에는 약 12개 시각영역과 흑백 시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30개의 시각영역이 있다. 동물보다 많은 시각영역은 동물이 할 수 없는 영장류로서 기능하게 한다.

 

  디지털 카메라는 피사체를 렌즈를 통해 받아들이고 이미지 센서에 투사한다. 이미지센서에서는 수동 카메라의 필름에 인화되듯이 피사체 이미지가 이미지센서에 인화된다. 인화된 정보를 디지털화하여 저장장치에 저장하게 된다. 이렇게 저장된 이미지 파일을 기반으로 자동차 번호판 인식, 고양이 얼굴 인식 등의 여러 프로그램에서 활용하게 된다. 뇌는 디지털카메라가 피사체를 처리하듯이 장면을 이미지 자체로 처리하지 않는다.

디지털 카메라 이미지 처리과정[6]

  우리의 시각시스템은 이미지로 처리하지 않는다. 대신 빛의 3 원색 빨강, 파랑, 초록의 파장을 인식하는 세포들이 자극을 받고 이 정보가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인식하게 된다. 색 인식은 프리즘을 통과한 무지갯빛처럼 빨, 파, 초 비율을 신경세포들이 인지하여 색을 인식하게 된다. 이와 같은 시각정보는 망막을 지나 두 가지 경로를 지나가게 된다.

 

  '오래된 경로'는 공간 시각에 관여한다. 물체가 무엇과 함께 있는 것이 아니고,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오래된 경로는 물체 쪽으로 방향을 잡고 눈과 머리로 추적이 가능하게 한다. 햄스터의 이 경로를 손상시키면, 녀석은 기이한 터널시각증을 보인다. 바로 코앞에 놓여 있는 것만 보거나 인식하는 증상이다.

-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 p94

 

  새로운 경로는 인간과 영장류에서 일반적으로 높게 발달했다. 복잡한 장면과 물체의 정교한 분석, 인식을 하게 한다. ... 그리고 두 가지 하부경로나 스트림으로 나눠진다. 경로 1, 즉 'how'스트림으로 불리는 것과, 경로 2의 'what' 스트림이다.

-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 p94

 

  'how' 스트림은 공간에서 시각적 대상 간의 연관성에, 반면 'what' 스트림은 시각적 대상 그 자체의 속성 연관성에 관여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how' 스트림의 기능은 어느 정도 오래된 경로와 겹치나, 공간 시각을 훨씬 더 정교하게 만든다. 물체의 위치보다는 시각적 장면이 종합적으로 공간에 배치되도록 결정하는 기능이다.

-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 p95

 

 'how' 스트림은 두정엽에 투사되고 운동 시스템에 강하게 연결된다. 날아오는 물건을 피할 때, 방에 놓인 물건들과 부딪치지 않고 돌아디닐 때, 나뭇가지 위나 구덩이 위에 발을 조심조심 옮겨놓을 때, 또는 물건을 잡으려 팔을 뻗을 때, 주먹을 피할 때 'how' 스트림에 의존한다.

-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 p96

  

  이러한 경로를 통해서 뇌는 물체의 단순한 면을 보고 분류하는 일을 한다. 이 물체가 어떤 건지 의미를 부여하는 영역이 따로 있다. 물체의 이름이나 관련 기억 등이 종합되어야 물체를 인식할 수 있다. 이러한 일은 측두엽(뇌의 좌우 부분)에서 광범위하게 관여한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눈을 통해 보지만 그 안에서는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매번 거치고 있다.

 

  이런 시각체계에 다른 감각구조가 추가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다른 무언가를 보거나 느끼는 사람들이다. 공감각이라는 현상이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각이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되었다. 공감각은 우리가 5감 중 한 가지 감각에 자극을 주었을 때 다른 감각도 동시에 자극이 불러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공감각의 사례를 들어보면 초등력처럼 느껴진다. 숫자를 볼 때마다 색깔을 경험한다. 숫자가 검은색으로 인쇄되어 있어도 색을 본다. 전화번호를 떠올리면 숫자에 부합하는 색깔 스펙트럼이 나타난다. 거꾸로 색깔을 보고 숫자를 연상하기도 한다. 또 다른 공감각은 어떤 특별한 감촉을 느낄 때마다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데님은 극단적인 슬픔, 비단은 평화와 평온함, 오렌지 껍질은 충격, 왁스는 당황함 등이다.

 

  가장 신기한 공감각은 감정을 색으로 느끼는 현상이다. 이 사례는 타인의 감정을 그 사람 뒤에 비춰지는 후광의 색으로 알게 된다. 마치 뉴타입 인간이 타인의 의지를 이해하는 것처럼 말이다. 안타까운 점은 이 사례의 주인공은 고기능 자폐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다. 이 증후군은 다른 사람의 정서를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의 부모는 이 점을 알고 색 감각을 이용해 감정을 분류하도록 가르쳤다.

 

  때론 공감각이 창의성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특히 예술가 사이에서는 이런 공감각이 일반적이다. 그들이 작품을 작업할 때 물체나 현상을 비유한 것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보았거나 느꼈을 수도 있다. 재능 있는 작가와 시인은 말과 언어 영역 간에 과도한 연결이 있을 것이고, 재능 있는 화가와 그래픽 디자이너는 고등 시각영역들 간에 과도한 연결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공감각 경험자 그림[7]

 

 

  이러한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우리의 능력이 뇌에 의해 결정되어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뇌가 그렇게 되어 남들보다 좋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참 부러운 일이다. 공감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개 이런 현상을 자신만의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즐기며 비밀로 한다. 또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오해받을까 봐 숨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에게 없는 점이 아쉽다.

 

  혹시 모른다. 아직 나에게 발현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해보고 경험해 봐야겠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6298487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 by V.S. 라마찬드란 (지은이) / 박방주

미국의 뉴스위크지가 선정한 ‘우리가 주목해야 할 100인’에 선정될 정도로 뇌과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이룬 과학자인 라마찬드란 박사의 역작. 그가 이번에는 인간과 우주, 뇌와 정신의 궁극적인 기원으로...

www.aladin.co.kr

출처 모음

[1] RX-93 v Gundam: https://yi514.tistory.com/186

[2] 스페이스 콜로니-오닐 원통형: https://namu.wiki/w/우주%20거주구

[3] 1년전쟁 시초 콜로니 추락: https://gamepc.tistory.com/11

[4] 아무로 레이 첫 건담 탑승: https://blog.naver.com/cwy1111/100205126399

[5] 대뇌피질 주요 하위 영역: http://ajou.ac.kr/~tetross/teaching/Cog.Psych.vol.k.02.Brain.pdf

[6] 디지털카메라의 이미지 처리과정: https://news.samsung.com/kr/찰칵-빛을-디지털-이미지로-만드는-cmos-이미지센서cis

[7] 우리나라 공감각 경험자 그림: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0806N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