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연중에 나를 지배하는 것이 있다. 정말 고치고 싶은데 30년 동안 못 고친 그것. 바로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다. 무한도전에서 하하가 손톱을 뜯는 버릇이 있다고 고백한다. 하하 대 홍철 에피소드에서 깬 뚜껑 까기 경기 때 하하에게 감정 이입돼서 마음이 짠했다. 그동안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이가 생기고 생각이 바뀌었다. 딸아이가 지적하니 고쳐야 한다.
어떻게 하면 손톱 뜯는 버릇을 고칠 수 있을까. 인터넷 검색으로 방법을 찾아봤지만 대부분 참거나 쓴 약을 손톱에 바르는 것이었다. 참는다 해도 어느새 물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고 뭘 바르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쓴 약을 바르는 방법은 시도하지 않았다. 이제는 포기하려 했지만 <습관의 힘>을 읽고 나서 다시 도전해 본다.
저자 찰스 두히그는 습관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면 습관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습관이었던 건 없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결정한 후 반복하다가 몸에 베개 되고 시간이 지나면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따라서 습관이 되는 과정이 안다면 우리는 원하는 걸 습관으로 만들 수도 있다. 반대로 원하지 않은 습관은 과정을 틀어서 고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다면 습관은 뭘까? 습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뇌 관련 질병을 앓은 환자를 통해서 습관이 우리 뇌의 어디와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책에서 말한 유진 폴리 어르신의 사례로 습관이 기억과는 다른 뇌 영역에 존재하는 걸 알 수 있다. 1992년 유진은 바이러스성 뇌염을 앓고 있던 환자다. 유진에게는 운 나쁘게 바이러스가 뇌에 침투하여 뇌조직에 구멍을 내며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 병원에서 항바이러스 약으로 뇌염을 치료했지만 유진의 뇌 중앙 부근이 손상되어 있었다. 이 결과 그는 최근 30년 전 기억을 잃고 새로운 정보를 1분 이상 기억하지 못하게 됐다.
치료 이후 그는 아내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 기억을 못 하기 때문에 방금 했던 것을 똑같이 반복하게 됐다. 아내는 집안에만 있어 답답해 매일 아침과 오후에 그를 데리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항상 같은 길을 따라 산책을 했다. 어느 날 아내가 옷을 갈아입는 사이에 유진이 없어졌다. 아내는 집안을 모두 뒤졌지만 못 찾았고 주위 친구 집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못 찾고 다시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돌아온 집에는 유진이 거실에서 앉아서 TV를 보고 있는 것이다. 1분 이상 기억을 못 하게 된 그였지만 매일 산책하는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혼자 나갔다가 항상 가던 길을 따라 돌고 집에 돌아온 것이다. 이를 통해 습관은 뇌의 기억과 다른 부분에서 관리되는 걸 알게 된다.
습관이 뇌의 어느 영역에 존재하게 되고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면 어떤 과정이 습관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 MIT 두뇌인지과학과에서 쥐 실험으로 우리의 뇌에서 습관을 구성하는 세 가지 단계를 발견했다.
우리 뇌에서 이런 과정은 3단계의 고리로 이루어진다. 첫 단계는 신호다. 신호는 우리 뇌에게 자동 모드로 들어가 어떤 습관을 사용하라고 명령하는 자극이다. 일종의 방아쇠이다. 다음 단계는 반복 행동이 있다. 반복 행동은 몸의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심리 상태나 감정의 변화로도 나타날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보상이다. 보상은 뇌가 이 특정한 고리를 앞으로도 계속 기억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호-반복 행동-보상'이 반복되면 고리는 점점 기계적으로 변해 간다. 신호와 보상이 서로 얽히면서 강렬한 기대감과 욕망까지 나타난다. 그리하여 마침내 썰렁한 MIT 실험실에서나 우리 집 진입로에서나 습관이 탄생한다. p41
이렇게 생성된 습관은 의식하지 않아도 하게 된다. 그건 뇌를 덜 쓰게 하는 것으로 뇌의 부하를 줄여주게 된다. MIT의 쥐실험에서도 초기 반복 행동을 할 때는 뇌 활동이 왕성하다가 일주일 이후 습관화되자 뇌 활동이 줄고 안정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연구자들은 뇌가 활동을 절약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화의 배신>과 연결해서 보면 인류를 열량을 오랫동안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뇌에 부하를 덜어준다면 그만큼 에너지를 아끼게 된다. 습관도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책에는 나와 같은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을 가진 멘디의 치료과정이 소개된다. 치료과정은 신호와 보상을 알아내서 다른 반복행동으로도 신호와 보상을 순환하게 하여 이전 습관을 고치는 것이다.
습관 반전 훈련을 개발한 학자 중 한 사람인 네이선 아즈린(Nathan Azrin)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터무니없이 간단하게 보이겠지만, 습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내면, 즉 신호와 보상을 알아내면 그 습관을 이미 절반쯤 고친 것입니다. 습관을 고치는 건 더 복잡하게 보이지만, 뇌는 다시 프로그램될 수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됩니다." p120
맨디의 경우 신호는 지루함을 느낄 때이다. 반복행동은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이다. 보상은 잠깐의 성취감이었다. 맨디는 신체적 자극을 원하는 것이다. 심리학자 듀프렌은 맨디에게 경쟁 반응(competing response)을 가르쳤다. 손가락 끝에 긴장감이 느껴지면 반복행동으로 넘어가지 않게 손을 주머니에 넣거나 연필을 잡는 것으로 절대 입에 손이 가지 않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보상을 얻는 걸 다른 걸 통해서 하는 것이다. 맨디의 경우 팔을 비비거나 주먹으로 책상을 두드리면서 신체에 자극을 줘서 만족시키는 것이다. 이 치료로 맨디는 서서히 손톱 뜯는 횟수를 줄였고 습관을 바꿔서 해결하게 된다.
이걸 나에게 적용해 보자. 내 경우의 신호는 초조해질 때이다. 모르는 문제를 맞닥 드렸거나 발표를 앞두고 있을 때 초조해지면서 손톱을 뜯는 경우가 많았다. 보상은 맨디와 비슷하게 성취감이다. 손톱이 매번 뜯겨 있어서 손톱 끝이 거칠거칠하다. 이 상태를 이빨로 잘 뜯고 이빨 날로 갈다보면 깔끔해지는 상태가 된다. 이는 청소를 마칠 때와 같은 뿌듯함과 성취감인 것이다.
신호와 보상을 알았으니 해결방법을 찾아본다. 먼저 신호 단계에서 내가 버틸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초조함은 대개 분위기가 굳어져 있으니 스트레칭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그리고 뒷짐을 져서 시야에서 손을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작은 고무공을 쥐락펴락 하면서 집중된 사고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손톱을 뜯는 행동으로 넘어가지 않았다면 보상은 어떻게 만족시켜야 할까? 손톱 뜯으면서 나름 깔끔해진 손톱 상태였다면 진정으로 깔끔한 손톱을 위해 전문 네일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다. 에머리보드! 바로 이 제품이다. 사람은 도구를 써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해 보니 정말 습관을 바꿀 수 있겠다. 당장 내일 마트 가서 고무공과 에머리보드를 사야겠다.
아내가 10년동안 구박했어도 시도하지 않았지만 딸의 구박에 마음이 흔들리니 나도 어쩔수 없는 딸바보다. 미안해 부인.
이제 30년 습관을 바꿉니다. 쉽지만은 않겠지만 이 글을 보는 분들은 응원해 주세요.
혹시나 제가 손톱을 뜯는 장면을 본다면 사정없이 혼내주세요.
이것도 습관의 고리를 끊는 한 방법으로 활용할께요.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0791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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