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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는 결과이면서 과정이다

염색체, 유전자[1]

  이번에 우리가 읽은 책은 리 골드먼 의사의 <진화의 배신>이다. 우리 몸은 세포들의 집합이다. 세포 안의 핵에는 46개(23쌍)의 염색체가 들어 있다. 염색체마다의 DNA양은 다르지만 64억 쌍의 뉴클레오티드(DNA를 구성하는 단위 분자)가 그림처럼 2개가 맞닿아 있고 나선 구조를 이루고 있다. 64억 쌍, 염기쌍이라고 부르는 구조에 우리 자신을 규정하는 정보가 담겨있다.

 

  이 구조가 2개의 한 쌍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한 조씩 받아서 한 쌍을 이루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버지로부터 23개의 염색체를 받고 어머니로부터 23개의 염색체를 물려받는다. 우리는 모든 것을 부모로부터 동일하게 받는다고 생각한다. 나의 유전자 반반이 부모님과 똑같을 거라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같은 유전자 형질을 물려받았다면 과연 우리 인류는 20만 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을까?

 

  매번 동일한 형질을 물려받았다면 인류가 대응할수 없었던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우리는 모두 전멸했을 것이다. 인류가 선택한 생존 전략이 다르다. 생명체는 돌연변이 현상으로 우연한 유전자를 만들어내고 그 유전자가 자식에게 전달된다. 무작위로 생긴 돌연변이 중 유익한 돌연변이는 위험에 대처할 수 있게 되고 그들이 남아서 자손에게 물려주게 된다. 이로서 지금의 우리는 살아남은 호모 사피엔스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다른 사람과 약 99.6~99.9%가 동일하다. 그렇다 해도 서로 다른 염기쌍 수가 적어도 600만 개나 된다. 따라서 돌연변이 현상 덕분에 우리는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을 지닌 정체성을 가질 수 있고, 인류는 수많은 세대를 거치면서 진화할 수 있었다.

- <진화의 배신> 33p
무작위로 시작된 유전자 돌연변이는 자연 선택/도태 과정에서 당사자와 당사자의 후손에게 충분히 유익하면 영구화된다. .....  인류가 생존해 온 1만 세대(1세대는 20년)라는 기간 동안 우리의 게놈은 천천히 그러나 확고한 걸음으로 상당히 큰 변화를 겪었다. 무작위로 시작된 돌연변이지만 그중 유익한 것들은 선택적으로 보존되었기 때문이다.

 - <진화의 배신> 33p

 

  DNA 돌연변이는 부모 각각의 몸에서 정자, 난자 즉, 생식세포가 생성될 때 나타난다. 후손에게 좋은 세포를 남기기 위해 기존의 헌 세포가 생식세포에 담기는 게 아니라 복제된 새 세포가 생식세포에 담기게 된다. 이렇게 생긴 유전자 중 생존 확률을 높이는 유전자가 있다면 얼마만큼의 세대를 거쳐야 전체에 확산이 될 수 있을까? 확률적으로 50세대(1,000년)를 거치면 인구의 5% 정도에게 퍼진다. 100세대(약 2,000년)가 지나면 인구의 90%, 150세대(약 3,000년)가 지나면 인구의 거의 전부가 이 유전자를 가지게 된다. 이처럼 자연 선택은 느리지만 꾸준하게 진행되어 누군가는 지구에서 살아남을지를 결정해 왔다.

 

토끼 번식 피보나치 수열[2]

  저자 리 골드먼은  인류가 생존하면서 살아남은 중요한 4가지 형질에 대해 얘기한다. 이 4가지가 있어서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가 말한 4가지는 식욕과 열량 축적의 본능, 물과 소금에 대한 욕구, 싸울 때, 도망칠 때, 복종할 때를 판단하는 본능, 출혈로 죽지 않도록 피를 응고시키는 능력이다. 하지만 이 4가지 형질이 몇 백년 동안 인간을 생존하게 하였지만 현대에 와서는 이 형질이 지금 우리의 목숨을 앗아가는 요인이 되었다. 이게 우리 삶의 역설이다. 그럼 4가지 중 내가 직접 겪고 있는 것 2가지를 살펴보자.

 

 

 

식욕과 열량 축적의 본능

  내가 30세까진 59kg였다. 결혼 이후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80kg가 넘은 지 오래됐다. 원인은 알고 있다. 너무 많이 먹고 운동하지 않는 것이다. 식단 조절과 운동을 계획해 진행하면 가끔 체중이 줄었다. 하지만 꾸준히 하기가 힘들다. 계획한 걸 잠깐 쉬면 도로 원상태가 되고 다시 계획해서 빼고의 반복이다. 나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알기에 안도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고대 우리 조상들은 수렵, 채집을 통해 음식을 얻었다. 주위 야생 동물과 다른 인종들로부터 싸우거나 도망치면서 살았다. 또한 그들은 언제 얻을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 음식이 생길 때마다 배부르게 먹어 굶주림을 대비했다. 조상들은 하루의 많은 시간을 사냥을 하고 과일을 채집하고 수집한 음식들을 가지고 돌아다녔다. 그들은 이런 활동을 위해 얼마나 많은 열량을 소비했을까?

  현대 수렵/채집을 하는 탄자니아 북부의 하드 자족을 보면 일일 남성은 2,600칼로리, 여성은 1,900칼로리를 소비한다. 이를 기초해서 조상들의 열량을 계산하면 하루 평균 남성은 3,000칼로리, 여성은 2,300칼로리를 소비했을 것이라 추측한다. 그렇다면 조상들은 이 열량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폭식을 했을까?

  1,800년대 미국 서부에 살던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같이 생활을 한 메리 워더 루이스와 윌리엄 클라크의 식생활 일지에서 수렵/채집인의 생활을 추측할 수 있다. 그들은 사냥감이 풍부하게 잡힌 날이면 한 사람당 고기를 4kg를 먹는 등 하루에 12,000칼로리가 넘는 열량을 섭취했다. 하지만 이런 날은 흔치 않았으며 매일 사냥을 위해 몇 시간씩 이동하면서 하루 동안 대략 6,000칼로리를 소비했다.

 

  이걸로 예측해보면 지금의 유전자는 열량을 오래 보존할 수 있게 몸을 변화시켰고 가끔씩 얻은 음식을 축적하기 위해 폭식을 유도했다. 수렵. 채집이 필요 없는 농경사회를 거쳐 현대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음식을 찾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조상들의 생존 전략이 오히려 우리를 비만하게 만들고 필요한 열량보다 더 많은 음식을 먹도록 한다. 그리고 활동이 적은 현대인의 생활이 비만의 악순환을 더 가속화 시킨다.

 

 

물과 소금에 대한 욕구

  자기 전에 라면을 먹고 다음날이 되면 얼굴이 붓는다. 이 현상은 라면에 포함된 소금으로 혈액의 나트륨 비중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신장에서 나트륨 농도를 낮추기 위해 몸의 수분을 더 담게 하여 얼굴이 붓는 것이다. 더운 날 야외에서 오랫동안 운동을 하면 탈수와 빈혈을 막기 위해 굵은소금과 물을 먹게 한다. 이거 역시 우리 몸에 필요한 수분과 나트륨을 위한 조치이다. 왜 우리에게는 물과 소금이 필요하게 된 것인가?

 

  우리 몸의 60%는 물이다. 물은 혈액과 체내 모든 세포의 구성 요소로 아주 중요하다. 음식을 못 먹어 열량을 공급받지 못해도 우리는 7~10주는 버틸 수 있다. 이와 달리 물이 없으면 우리는 며칠 내에 목숨을 잃는다. 몇 주, 몇 달 동안 쓸 물을 비축한 물탱크 같은 기관이 몸에 있지 않아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체는 뇌, 폐, 간, 부신 등에서 나오는 각종 호르몬의 도움으로 약간의 잉여 수분을 몸 전체에 고루 분산해서 보관한다. 그리고 부족한 수분을 위해 이 호르몬들이 갈증을 일으켜 물을 마시게 유도한다.

 

  소금에서 얻을 수 있는 나트륨은 신경 신호를 전달하고 혈액의 농도를 유지하여 적혈구가 산소를 담을 수 있게 한다. 만약에 혈중 나트륨 수준이 너무 높으면 체내 세포에서 물이 빠져나와 세포 탈수 현상으로 죽게 된다. 따라서 바닷물을 지속적으로 마시면 탈수 현상으로 죽게 된다. 인체는 나트륨이 부족하면 물과 마찬가지로 각 기관에서 호르몬이 분비되어 짠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소금은 중세시대에 화폐의 역할을 할 정도로 귀했으니 석기시대에서 소금을 얻기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이렇기에 조상들은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으니 과하게 몸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물과 소금을 가지려 했다. 그리고 수분과 나트륨을 더 축적할 수 있게 하는 유전자가 생존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소금을 생산하고 보관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어디서나 소금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소금이 부족한 시대에서는 짠 음식들을 만들어서 먹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예전부터 항상 귀했던 소금이라 우리 몸은 소금을 원한다. 또 소금은 입맛을 돋궈 음식을 더 땡기게 한다. 소금이 있으면 음식을 더 맛있다고 느끼게 되는 연구로 부터 이를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필요 이상의 소금을 더 먹게 되고 몸은 수분과 나트륨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혈압을 조절하게 되고 고혈압을 일으키게 된다. 나이에 의해 좁아진 동맥과 짠 음식으로 인한 고혈압 증상은 이미 우리 사이에 많이 퍼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의 1/4인 약 1,000만 명이 고혈압 환자인 것을 보면 소금을 간직하려는 유전자가 얼마나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

 

 

 

 

 

  인류는 생존 전략으로 1만 세대를 거쳐 확산된 4가지 유전자 형질을 가진 자손들이 살아남았다. 200년 만에 우리는 여러 혁명을 통해 세상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전체 인류 시간으로 보면 200년은 정말 짧은 시간이다. 유전자는 그렇게 빨리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 조상들을 위협했던 도전들의 방어하려던 기제들이 오히려 우리에게 목숨을 위협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꾸준히 이겨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모두가 그런 노력을 꾸준히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대 과학을 활용하여 이 문제를 같이 풀어나가는 해법이 필요하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개인에게 맞춘 정밀의학의 시대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약이나 수술에 의존하는 것은 도덕적 나약성으로 무시하기보다는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데 필요한 도움으로 인식해야겠다. 우리의 유전자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음을 인정하고 과학의 도움을 받아 꾸준히 노력해야 우리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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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배신 - 착한 유전자는 어째서 살인 기계로 변했는가

인류 진화의 역사로 밝혀 낸 현대병의 놀라운 비밀이 담겨있다. 아마존 올해의 책 ,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강력 추천을 받은 책이다. 인간이 20만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동안 멸종을 면하고 번성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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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모음

[1] 염색체, 유전자

http://koreadailytimes.com/index.php?mid=social&page=136&document_srl=27410&listStyle=viewer

https://defensegames.tistory.com/entry/%EC%9C%A0%EC%A0%84%EC%9E%90-%EA%B2%80%EC%82%AC%EB%B9%84%EC%9A%A9-%EC%B9%9C%EC%9E%90%ED%99%95%EC%9D%B8-%EB%B0%A9%EB%B2%95-%EC%95%88%EB%82%B4

[2] 토끼 번식 피보나치 수열: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milennv&logNo=220562455976&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kr%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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