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일 글쓰기

안녕 레게 머리

홍대입구

# 홍대입구역에서 나온 규진씨

 

내레이션: 오후 1시. 홍대입구역에서 나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규진씨.
일 년 육아휴직을 하면서 버킷리스트였던 레게 머리를 하러 홍대 레게 머리 샵을 찾아갑니다.

 

 


# 레게 머리 샵

미용사: 안녕하세요, 전화로 예약했던 분이죠?

규진: 네

미용사: 정말 레게 머리 하실 건가요? 연예인들이 하는 거 보고 머리 파마하는 것처럼 쉽게 생각해서 오시는 분이 많아서요.


실제로 하게 되면 불편한 점들을 감안하셔야 해요. 잠잘 때 머리 때문에 옆으로 누워서 자야 하고요. 머리는 일주일에 2~3번만 감아 주셔야 해요. 자주 안 할수록 좋고요. 어때요?

규진: 흠... 이번 아니면 평생 못할 거 같아요. 할게요.

미용사: 그럼 전화로 선택하셨던 드레드 락으로 하실 거죠?

규진: 네.

 

 

 

# 가모 덩어리와 작업 도구를 챙기는 미용사

미용사: 작업으로 5~6시간 걸려요. 오래 걸리니 미리 화장실을 다녀오세요. 고개를 등받이에 받쳐서 졸아도 돼요.

 

 

 

# 5시간 뒤 졸던 규진씨

미용사: 고객님. 다 했어요. 일어나세요.

규진: 아웅. 네.. 정말 오래 걸리네요.

미용사: 거울 보시고 마음에 드는지 보세요.

 

규진: 마음에 드는데요. 좋아요.

 

미용사: 그럼 머리 관리하는 법이랑 스타일 내는 법 알려 드릴게요.


머리 관리는 일주일에 2~3번 감으시면 되고요. 샴푸를 조금 쓰고 손 끝으로 두피만 거품내서 살살 문질러 주세요. 머리카락 안에도 물기가 많으니 수건으로 꼭 쥐어서 제거해 주세요. 드라이기로 말리는 것도 좋아요.

스타일은 풀어서 자연스럽게 둘 수도 있고요. 아니면 천 고무줄로 전체를 뒤로 묶거나 일부만 묶어서 스타일을 내시면 돼요.

규진: 네. 알겠어요. 오늘은 처음이라 제가 잘 못하는데 스타일을 내주시겠어요.

 

 

#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

사람들: (수근수근) 뭐야 저 사람. 정말 특이한 머리네. 크크

규진: (아... 창피하다.)

 

 

# 집 도착

규진: 자기야, 나 왔어. 머리 어때?

아내: 푸하하 하하하하. 진짜 적응 안된다.
니가 하고 싶다고 한 거니까. 잘해 봐. 60만 원 들었더구먼 아까워 서라도 오래 유지해봐.

규진: 그럼 당연하지. 반년은 유지할 거야.

 

 

# 3개월 후

내레이션: 불편한 잠자리에 어깨 결림과 목에 담이 온 규진. 1시간 걸리는 머리 감기와 말리기로 힘들었던 아침.
버티다 버티다. 3개월 만에 레게 머리를 자르게 된다.

규진: 더 이상은 못 하겠다. 해 봤으니 이젠 끝이다. 안녕 레게 머리.

 

안녕

'매일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을 읽을 때 어떤 소리와 함께 하나요? [퇴고]  (0) 2021.01.23
오늘도 난  (2) 2021.01.22
다시 나간다면  (0) 2021.01.20
제발 그만 와 줘  (0) 2021.01.19
돌아온 김치 담기  (0) 2021.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