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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박 10일 유럽여행

트레비 분수

   아내가 결혼 초 건강검진 결과에서 갑상선 의심이 발견되어 전문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었다. 갑상선암으로 확정되어 갑상선을 모두 제거해야 했었다. 수술은 잘 됐고 방사선 치료로 1~2달을 격리해서 생활하고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왔다.

의사가 아이를 가지려면 6개월은 뒤에 가지라고 조언했고 우리는 넉넉하게 6개월을 더 늘려서 1년 뒤에 준비하기로 했다. 1년이 지났고 그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남아 아이를 갖기 전 우리 둘만의 여행을 가기로 했다. 아이가 생기면 해외여행을 최소 3년 동안은 못 갈 거 같아 준비 기념을 여행을 계획했다.

어느 나라로 갈 지 여러 곳을 고민하다가 아이 때문에 최소 10년간은 못 갈 것 같은 유럽으로 가기로 했다. 그것도 9박 10일로 신혼여행보다도 길게 계획했다. 스위스, 베네치아, 로마, 바티칸 순으로 정하고 자유여행으로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다니기로 했다.

   연차를 모았다가 2주를 연속으로 쉬는 처음이라 회사일에서도 나오고 일상에서 벗어나 한국과는 완전 다른 세계를 경험하니 하루하루가 너무 신기하고 즐거웠다. 처음 도착한 나라는 스위스였다. 그 유명한 알프스 산맥 중 하나인 융프라우 산에 가서 빙하도 구경하고 고산증도 겪고 다사다난했다. 내려와서는 4,000m 상공에서 떨어지는 스카이다이빙을 했다. 비행기에서 빠져나오던 그 순간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다음은 수상도시, 원피스 만화의 워터세븐의 모티브가 된 베네치아에 갔다. 형형색색의 건물들과 유리공예들이 화려함 그 자체였다. 스위스는 차분한 느낌인데 비해 베네치아는 화려한 느낌이었다. 젤라토와 피자가 너무 맛있어 매일 한 번씩은 꼬박 먹었다.

그리고 로마에 갔다. 서구 문명의 핵심거점인 로마. 로마에 실제 가보니 예전 역사가 도시에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었다. 벽돌로 만든 도로, 몇 백 년의 건축물들이 그대로 보존되고 그 건물에서 실제 생활하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콜로세움과 판테온, 트레비 분수, 포로 로마노 모두 신기하고 이런 걸 만든 위인들이 대단했다. 몇 시간을 계속 걸어서 숙소에 들어오면 파스 붙이고 곯아떨어져 버렸다.

   마지막으로 바티칸에 갔다. 아내가 천주교 신자로 바티칸엔 반드시 가야 한다고 했다. 교황님이 계신 곳, 천주교의 중심인 바티칸은 성스러운 분위기를 여기저기서 느낄 수 있었다. 특히나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라파엘로의 아테나 학당 그림은 그동안 사진으로 봐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나에게는 그림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졌고 천장화는 고개를 들어 쳐다 봤을 때 천장의 그림들이 나에게 쏟아지는 듯한 압박감을 주었다. 그림이 주는 기운이 나는 억누르는 건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베드로 성당에서 아내와 같이 미사도 봤었다. 한국에서 미사는 건성건성 들었는데 베드로 성당에서는 분위기에 압도해서 아주 진지하게 미사를 들였다.

10일 동안의 긴 여행을 바티칸이 마지막이고 로마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우리 부부에게 유럽여행은 완전 다른 세계에 들어갔다고 현실세계로 돌아온 여행이었다. 글을 쓰면서 다시 여행했던 추억을 돌아보니 다시 가고 싶어졌다. 이번엔 아이가 철이 든 다음에 우리와 함께 유럽 역사를 보고 감동을 느끼게 하고 싶다.

끝으로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에서 여행에 대한 문장을 인용한다.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
- 여행의 이유,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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