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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내랑 함께 달리고 싶다

  작년에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휴직을 했다. 변화하기 위해선 공부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독서와 영어에 집중했다.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에도 변화가 필요해 매일 달리기로 운동을 했다. 매일 30분씩 100일을 달렸다. 초반에는 호흡량이 늘고 다리 근육도 강해지면서 의지가 불타올랐다. 이대로 하면 하프 마라톤을 충분히 완주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허리통증과 무릎 통증이 심해졌다. 100일이 넘자 왼쪽 무릎에 통증이 심해 앉았다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었다. 정형외과에 가니 의사가 무릎인대에 염증이 심하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한 달간 염증 주사와 물리치료를 받고 달리기는 당분간 그만두라고 했다. 건강을 위해서 시작한 달리기였지만 무릎 문제로 기세가 꺾이니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독서 효율이 떨어지고 영어 공부에 대한 의지도 줄어들었다.

 

이후 체인지 그라운드 영상과 아내, 딸의 응원으로 의지가 되살아 났다. 하지만 달리고 싶은 마음은 이상하게 되돌아 오지 않았다. 염증치료와 함께 사라졌다.

 

  그라고 휴직이 끝났고 복직을 하게 되었다. 달리기는 머리에서 접었고 회사생활과 자기 계발을 위해 노력했다. 씽큐베이션 독서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자기 계발 의지가 더 강하게 되었다. 이 의지가 작년에 포기한 달리기 의욕을 점점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갑작스레 독서모임 팀원이 공유한 핑크런 마라톤 행사가 달리기 의지에 불을 질렀다. 당장 10km를 신청하고 다음날부터 일주일에 3번씩 20분 달리기를 시작했다.

 

  10월 13일 핑크런 마라톤 당일. 2달 동안 차근차근 연습한 실력을 당당히 선보였다. 달리는 동안 완주만 생각했다. 완주하고 나니 성취감이 장난 아니었다. 한번 포기했지만 다시 일어서 마라톤 완주까지 하니 내 자신이 대견 스러웠다. 달리기가 나에게 한 번은 낙담을 주었지만 그 낙담을 밟고 일어나서 더 큰 자신감을 주었다.

 

핑크런 10km 의외로 안 힘듬

  달리기가 내 삶의 변화에 한 부분이 되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영국의 언론인인 벨라 마키도 달리기로 삶의 변화를 일으켰다. 그녀가 쓴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에서 솔직 담백하게 변화를 기록하였다. 벨라 마키는 나보다 훨씬 더 극적으로 달리기로 인생에 혜택을 보았다. 심각한 불안 장애와 파혼으로 인생의 바닥에 허우적거리다가 달리기로 이를 해쳐 나왔다. 나약함을 솔직하게 담아서 더 진정성 있게 글이 다가왔다.

 

나는 오늘 3분을 달렸다. 어둠 속에서 가다 서다 하며 천천히. 이래봬도 내 인생 최고 기록을 3분이나 늘린 것이다. 숨이 차고 옆구리가 뻐근하지만 기분은 요 몇 년 사이 최고다. 첫 시도치고는 괜찮았다. 이제 집에 가서 좀 울어야겠다. 아니면 와인이나 마시든가
-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p6

 

  이 책의 목차도 달리기 과정에 맞춰 구성되어 있다. 1장은 1K, 2장은 2K로 달리기 거리 km를 표현했고 10K가 마지막 장이다. 그녀가 달릴 수 있던 거리가 표현된 것으로 그녀의 우여곡절을 달리기로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볼 수 있다.

 

  이 책을 보게 되면 나처럼 달리기에 긍정적인 마음이 생길 것이다. 내가 책을 보고 달리기에 매료 된 이유는 저자의 많은 불안 장애 증상을 극적으로 해결했다고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설과 영화에서는 해피엔딩으로 극적 해결을 그린다. 누구나 알듯이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저자의 불안 장애도 달리기로 모두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달리기에 중독되기도 했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꾸준한 달리기를 유지해서 증세를 잦아들게 만들고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런 현실적인 내용이 독자들이 용기를 낼 수 있게 해 준다. 내 경우는 책이 나에게 이번 마라톤을 잘했다고 칭찬하는 것 같았다. 달리기를 계속할 수 있게 힘을 주었다. 그리고 이번 미국 출장 때는 위로도 해 주었다.

 

  10장의 "달리기에 사회생활을 장악당할 수는 없다" 에서 달리기에 집어삼켜지지 말라는 대목이 있다. 이 대목을 읽을 때가 미국 출장 기간이었다. 시차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미국 출장 일주일 동안 한 번도 달리기 연습을 못 했다. 출장 기간 매일 아침마다 달리기를 못한 것에 죄책감이 들었는데 출장 마지막 날 이 대목을 읽고 위로가 되었다.

 

최근에 콘월에서 휴가를 보냈는데 하루도 안 거르고 비가 왔다. 하필이면 숙소가 무시무시한 비탈 위에 있어 달리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처음 이틀은 불편했지만, 그렇게 쉬는 게 거센 바람을 뚫고 어둠 속을 달리는 것보다 훨씬 유익했다. 영화를 보고 치즈를 먹고 잠을 푹 잤다. 일종의 균형을 잡은 것이다. 그렇게 다른 일을 할 여유도 있어야 한다. 달리기가 인생의 유일한 낙이 되면 곤란하다.
-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p293

 

  나만 좋은 걸을 느끼니 아쉽다. 아내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어졌다. 뛰기를 정말 싫어하는 게 저자의 첫 모습과 똑같고 몇몇 불안 증상은 비슷하게 아내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행동이 아내에게 위로를 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아내에게 달리기라는 운동의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말대로 나도 아내에게 강요하진 않을 것이다. 내가 느낀 바를 설명하고 추천만 할 거다. 만약에 아내가 읽고 달리기를 한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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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고질적인 정신 건강 문제와 이혼이라는 큰 사건을 겪으며 20대를 눈물과 고통 속에 보낸 영국의 저널리스트 벨라 마키. 달리기를 통해 우울증, 불안, 공황장애 등 정신 질환을 이겨내고 정신 건강과 자존감을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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