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설정은 공개로

  "자기야, 나 원피스 만화책 소장하고 싶은데 사도 될까?"

  "그래, 사자. 니가 그렇게 좋아하는 만화 나도 한번 보고 싶네."

 

  이렇게 나는 원피스 단행본 전권을 샀다. 1권이 나온 1998년부터 20년 넘게 좋아한 만화책을 집에서 마음껏 볼 수 있게 됐다. 최근 발행된 90권까지 샀다. 한권에 4,500원으로 총 40만원 정도 어치다. 주위 친구나 회사 동료들은 아내가 만화책 구매를 허락한 걸 부러워 한다. 자신들은 사고싶은게 있으면 비상금으로 몰래 사고 은근 슬쩍 집에 두기 때문이다.

 

  나와 아내는 초등학교 6학년 동창이다. 아이러브스쿨 사이트가 유행할 때 만나 4년 연애하고 결혼했다. 사귈고 있을 때도 우린 친구였고 결혼 이후에도 우린 여전히 친구다. 결혼을 결심한 이후 우리는 서로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약속했다. 우리가 생각한 신뢰는 서로에게 숨김이 없는 것이다. 경제적인 부분까지 모두 공개했다. 각자의 수입, 지출, 빚 모두 공개했다. 더욱이 가계부앱을 공유해서 서로의 지출이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다 오픈하면 답답하지 않냐고 묻는다. 그런데 전혀 답답하지 않다. 오히려 홀가분하다. 내가 만화책을 샀을 때처럼 갖고 싶거나 하고 싶은게 생기면 서로 얘기하고 우리 상황에서 가능하면 사는 거다. 이번에 내가 원하는 걸 샀으면 다음엔 아내가 원하는 걸 사면 된다. 요즘엔 내가 되려 주위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왜 숨기려 하는 거죠? 평생 아내에게 거짓말을 할 건가요? 그게 더 답답하지 않나요?

 

  우리 부부관을 짧게 표현하면 "기본 설정은 공개로 하자"이다. 결정이 필요할 때 감추는게 없으니 소통이 간결해진다. 그리고 바로 결정한다. 많은 걸 오픈해서 공유하려는 거지 모든 걸 오픈할 수는 없다. 마음을 몰라줘서 서운할 땐 다툰다. 오픈하는 용기처럼 사과하는 용기도 쉽게 생겨 싸워도 다음날이면 용서하고 풀어진다. 이게 우리 부부가 사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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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틱>(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그 안에 숨은 6가지 법칙)을 읽고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사는 방식이 정답은 아니지만 좋은 방식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책에서 얘기한 법칙을 최대한 생각하면서 전달하려 했다. 착 달라붙는 메시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스틱>에서 말한 6가지 법칙(SUCCESs)으로 내 이야기를 분석해본다.

 

단순성 Simplicity - 핵심만 넣고 간결하게 하라.

 

"기본 설정은 공개하라." 이게 나의 핵심이다. 이 문장은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 인용한 것이다. 

 

의외성 Unexpectedness - 예상을 깨뜨려 관심을 끌어라.

 

사람들은 경제적인 부분을 모두 공개하고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것이 갇혀서 지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걸 알려줘 그들의 예상을 깼다고 생각한다.

 

구체성 Concreteness - 메시지를 이해하고 기억하게 한다.

 

만화책 구매 경험담으로 설명하여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신뢰성 Credibility - 동의하고 신뢰하도록 부추긴다.

 

거짓말이나 감추는 걸 안해본 사람은 없다. 거짓을 시인하고 감춘 걸 공개했을 때 후련함을 아는 사람이면 내 주장이 말이 된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감성 Emotion - 감정적인 반응을 유발한다.

 

부부들은 다들 좋은 부부관계를 원한다. 그렇다면 한번은 내 이야기를 되새겨 볼 것 같다.

 

스토리 Story - 행동을 유발한다.

 

내 경험을 쓴 것 자체가 스토리다.

 

  어떤가? 그럴듯한가? 내 이야기로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스틱>을 보면 된다. 이번 책은 보다가 극공감하여 소름이 돋았었다. 먼저 커피강사를 하고 있는 내 아내에게 강추했다. 선생님이나 강사 또는 회사에서 좋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싶은 사람이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