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평

이제 잊을 수 없는 순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당신에게 잊지 못할 순간은 무엇이었나?

작년 18년 3월과 금년 19년 10월 딸과 나

  내 생애 첫 레게머리, 딸아이 생애 첫 단발을 기념하며 찍은 사진과 지난 주 우리 둘의 사진이다. 아이가 생긴 이후부터 아이와 우리의 순간순간을 모두 기억에 남기고 싶어 자주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구글 포토에 모두 저장한다. 6년 동안 쌓인 사진은 수십만 장에 달하며 셀 수 없이 많다. 이렇게 많은 순간을 사진으로 저장했지만 다시 찾아보는 일은 거의 없다. 사진으로 찍었어도 그중 몇몇 순간만 기억되고 나머지는 추억으로 남는다.

 

  레게머리는 내게 새로운 시작의 전환점을 찍는 의도적인 변화였다. 10년간의 반복된 회사생활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육아휴직. 휴직 첫 달에 레게머리 시술을 받았다. 이건 게을렀던 나에서 노력하는 나로 변하기 위한 이정표였다. 그리고 무리 속에 같은 색깔로 묻혀 있던 사람에서 무리에서 빠져나와 나의 색깔을 만들려는 사람으로 나의 위치를 변화시켰다.

 

  이건 내가 만든 결정적 순간이다. <순간의 힘>에서 얘기하는 순간 중심적인 사고로 보면 전환점을 표시하고 이정표를 기념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이 순간은 복직한 지금의 나를 계속 노력하게 해주는 힘이 되어 준다. 누구나 이런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 수 있다. 의도적으로 만들었어도 그 결과는 나에게 특별함을 준다.

 

  <순간의 힘>의 저자 히스 형제는 연구 조사를 통해 알아낸 결정적인 순간을 만드는 4가지 요소를 소개한다. 그리고 우리가 직접 결정적인 순간을 창조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방법을 알았다고 매일매일을 결정적인 순간으로 만들 순 없다. 좋은 자극도 계속되면 의미가 없어진다. 그러나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특별한 순간을 포착하고 결정적인 순간으로 만든다면 우리 더 의미 있게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 수 있을까?

우리 때 사진은 없어서 이전 선배들 사진으로 대체

 

  입사 첫날을 기억하는가? 나의 입사 때 기억은 신입 입문 교육에 동기들과 만들었던 퍼포먼스이다. 절정의 순간은 수백 명이 큰 공연장에서 한 마음으로 퍼포먼스를 할 때다. 몇 주 동안 연습하고 모두 다 일제히 같은 동작을 음악에 맞춰서 추다 보면 무언가 하나되는 공감을 느끼게 된다. 이 절정의 순간은 사원 시절 4년 동안 회사에 대한 자긍심을 유지시켜 주었다.

 

  대부분 신입 사원에게 입사는 큰 의미를 가진다. 만약 회사가 이 시기를 무관심하게 보낸다면 직원에게 애사심과 소속감을 심어줄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꼭 대기업 입문 교육처럼 거창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 IT기업에선 출근 첫날 직업에게 입사 축하 선물을 준다. 이런 축하가 직원에게 첫 날을 특별하게 기억하게 해 준다.

 

특별한 순간이 언제 필요한지를 알아야 한다. 즉, '순간 중심적 사고' 방식을 배워야 한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을 구분하고 식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 <순간의 힘>: p31

IT 기업의 출근 첫 날 선물 [1]

 

  저자 히스 형제는 많은 결정적인 순간들에서 공통적인 특성을 파악했다. 그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결정적인 순간은 아래 4가지 요소를 공유한다. 4가지 요소가 모두 있을 필요는 없다. 이 중 하나라도 포함된다면 우리는 결정적인 순간을 이룰 수 있다.

고양(Elevation):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순간.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감정이 고조되는 경험을 할 때 발생한다.
통찰(Insight): 불현듯 진실을 깨닫는 순간. 통찰의 순간은 깨달음을 안겨주고 변화를 촉구한다.
긍지(Pride): 내가 나이길 잘했다고 믿는 순간. 긍지의 순간은 우리가 자닌 최선의 모습을 드러낸다.
교감(Connection):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순간. 교감의 순간은 인간관계를 강화한다.

 

고양의 순간

  나에게 가장 와 닿은 요소는 "고양""교감"이었다. 고양의 순간으로 기억되는 건 대개 어떤 행사 거나 사건이 일어날 때다. 성인식, 졸업식, 결혼식이나 돌잔치 일 때 고양의 순간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아이들에게 이런 순간을 많지 경험하게 해 주고 싶다. 요즘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행사를 주기적으로 한다.

 

  서평 작성 이틀 전 딸아이의 동화 구연 발표회가 있었다. 한 달 전부터 유치원에서 발표회 준비를 공지하고 연습을 시작한다. 발표 대본을 코팅하여 가지고 다니면서 유치원과 집에서 매일 연습을 한다. 틀리고 다시 하고 틀리고를 반복한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발표하면서 단단히 발표 준비를 한다.

 

  발표회에 당일 아이와 부모 모두 발표의 두려움과 설렘을 발표시간을 기다린다. 드디어 아이의 발표 직전 아이는 절정을 경험하게 된다. 긴 연습 기간동안 많은 고생이 발표하는 순간 성취감으로 바뀐다. 이러한 성취감을 얻기 위함이라면 우리는 충분히 연습이라는 희생을 감수할 수 있다. 발표를 마치고 아이와 저녁을 먹을 때 아이가 얘기한 소감이 절정의 순간을 잘 표현해준다.

 

"엄마, 아빠. 발표하기 전에 옆에서 기다릴 때 말이야. 심장이 목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갔다가 했어. 그런데 너무 떨렸는데 발표를 시작하니까 괜찮아졌어."

 

  수십 번의 연습에서 보고 듣던 내용이었지만 청중 앞에서 발표하는 아이를 보니 흥분되고 잘 발표한 아이가 자랑스럽다.

 

https://youtu.be/d2UoQ1cf8hg  

  이런 고양의 순간을 만들려면 3가지 재료가 필요하다. 첫째는 감각적 매력을 증폭하는 것, 둘째는 위험보상을 높이는 것, 셋째는 각본을 깨뜨리는 것이다. 저자는 최소한 이 중 2가지가 포함되어야 고양의 순간이 창출된다고 한다. 아이의 발표회에서도 2가지가 포함되어 있다.

 

감각적 매력을 증폭했다. 이건 무언가를 더 좋게 보이거나, 더 맛있게 하거나, 더 근사하게 들리게 하거나, 더 기분 좋게 느끼게 하는 거다. 아이 발표회에서도 화사한 배경과 풍선들로 무대를 돋보이게 하고 아이의 소리가 잘 들리게 하기 위해 마이크까지 설치해 놓는다.

 

위험보상을 높인다. 이 재료는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압력이 가해진다는 의미다. 발표 직전에 아이는 부담감에 심장 두근거림을 크게 느낀다. 이게 압력이다.

 

각본 깨뜨리기는 아이 발표 사례에서는 없었지만 이 재료는 사람들의 기대를 깨뜨리는 것이다. 그냥 놀라게 하는 게 아닌 전략적으로 뜻밖의 놀라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교감의 순간

2002년 월드컵 응원[2]과 2017년 촛불집회[3]

  같은 순간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한 강렬한 경험을 생각하면 나는 두 사건이 떠오른다. 2002년 월드컵 응원과 2017년 촛불집회가 그 사건이다. 엄청 많은 사람들과 같은 순간을 공유한 엄청난 경험이었다. 나는 이 순간들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히스 형제는 교감의 순간을 창조하기 위한 3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는 동기화 순간을 제공해야 한다. 공통된 목적을 향해 함께 힘겹게 나아가게 하라. 마지막으로 개인보다 더 거대한 의미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연결하라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는 우리나라팀의 승리를 위해 예선전부터 모두 응원하며 한 경기 한 경기를 나아갔다. 경기에서의 승리는 단지 선수들의 승리가 아닌 국민들의 승리였다. 선수들의 노력과 국민들의 응원이 하나로 연결되어 거대한 순간을 만들었다.

 

2017년 촛불집회는 처절하게 아픈 우리나라의 근대화 속에서 놓지 않는 민주주의의 염원을 확인하고 이어가는 순간이었다. 우리의 바람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세월호로 숨진 아이들과 사람들을 잊지 않고 이를 막는 세력과 힘겹게 맞서면서 우리는 크게 연결될 수 있었다.

 

 

  책을 덮고 나면 주위를 살피면서 바로 내가 만들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이 있는지 찾게 된다. 특별히 유난을 떨 필요 없이 소소하게도 순간을 만들 수 있게다라는 용기가 생긴다. 약간의 관심과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평범한 순간을 탁월한 순간으로 바꿀 수 있다. 우연을 기대하거나 누군가가 만들어 주길를 바라지 말기로 결심했다. 많은 절정의 순간들과 마지막을 죽기 전까지 많이 경험할 수 있게 노력해 보자.

 

우리는 고양과 통찰, 긍지와 교감을 전하는 순간을 직접 설계할 수 있다. 그 귀중한 매 초, 매 분, 시간과 나날들은 우리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것을 창조하는 일은 결국 우리의 몫이다.

- <순간의 힘>: p293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53816757

 

순간의 힘 by 칩 히스 / 댄 히스 (지은이) / 박슬라

전 세계 CEO가 열독한 『스틱』으로 상대방을 바꾸는 ‘메시지’를 만드는 법을, 『스위치』로 변화를 일으키는 ‘구조’를 소개했던 히스 형제가 이번에 들고 나온 화두는 바로 ‘변화의 순간 그 자체’이다. 준비...

www.aladin.co.kr

출처 모음

[1] IT기업의 출근 첫날 선물: http://www.thegear.kr/news/articleView.html?idxno=11064

[2] 2002년 월드컵 응원: http://hiddinkfoundation.org/kr-gallery-world-cup

[3] 2016년 겨울 촛불집회: https://happist.com/551535/촛불집회를-아름다운-영상으로-풀어내다-창작가-오/